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침묵을 지켜 오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의 이상을 대량으로 폐기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정치 행보 재개를 위한 몸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0일(현지시간) AP,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해리스 전 부통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여성 정치인 육성 단체 ‘이머지 아메리카’ 20주년 기념식에서 이같이 연설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미국의 가장 높은 이상을 발전시키는 대신, 이를 대량으로 폐기하는 정부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며 “진실을 말하는 이를 처벌하고 추종자에 혜택을 주며, 권력을 이용해 돈을 벌고 그 밖의 사람들은 방치하는, 편협하고 잇속만 차리는 미국의 비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단순히 ‘혼란’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며 “수십 년간 준비해 온 의제를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해법으로 '용기'를 제시했다. 그는 “그들은 누군가를 겁주면 나머지에도 위축 효과가 미칠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고 있다”며 “하지만 전염되는 것은 공포만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용기도 전염된다”고 말했다. 이어 "잃지 말아야 할 하나의 견제, 하나의 균형, 하나의 힘은 바로 사람들의 목소리"라고 독려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이 공개 석상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콕 집어 비판한 것은 새 정부 들어 처음이다. 의회에서도 소수파가 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막는 데 고전하는 사이, 해리스 전 부통령이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역할론'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내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항할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지만, 2028년 대선 출마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P는 이날 해리스 전 부통령이 참석한 행사가 일종의 ‘정치적 귀향’ 성격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