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위주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서울 시내 경로당 400곳이 2040년까지 모든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개방된다.

서울시는 6일 이 같은 내용으로 시내 300㎡ 내외의 신규 구립 경로당을 '세대 어울림 복합공간'으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어울림경로당' 400개소를 새로 지정하고, 해당 공간의 중식 내실화·안전 인프라 강화·운영 투명성 확보 등 전방위적인 혁신을 추진한다.

이번 변화의 골자는 '폐쇄적'이라는 기존 경로당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다. 시는 자치구별로 주민 개방성과 프로그램 다양성이 뛰어난 경로당을 어울림경로당으로 지정하고, 연간 최대 100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어울림경로당으로 지정된 공간에서는 청년 동아리의 재능기부 활동, 어르신의 특기 나눔, 지역 커뮤니티 연계 소모임 등 ‘세대 통합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될 전망이다.

시민들은 참여도에 따라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우수 개방' 경로당을 선정해 최우수 1개소에 120만원, 우수 2개소에 90만원, 장려 2개소에는 60만원의 시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이용 시민을 위한 영양과 건강을 보다 신경쓴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7월부터 경로당 중식이 주 5일제로 확대됐고, 부식비는 기존보다 66%가량 증가한 월 29만1000원으로 인상됐다. 중식 도우미 부족 문제를 고려해 시에서 '노인공익활동사업'과 '노인역량활용사업'을 통해 총 7021명의 인력도 투입한다.

경로당의 안전은 한층 강화된다. 시는 화재감지기가 없는 약 2000개의 경로당에 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재정이 열악한 100여 개소에 최대 20만원까지 배상책임보험 가입비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10년 이상 된 노후 경로당 17개소에는 약 35억원 규모의 그린리모델링 사업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과 환경 개선을 병행한다.

운영의 투명성과 공동체 갈등 예방도 중요 과제로 다뤄진다. 모든 경로당은 운영비 사용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회장과 총무를 대상으로 하는 노인 인식 개선 교육도 연 2회로 확대된다. 실제 서울복지재단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로당 이용 중단 사유 중 26.7%는 이용자 간 갈등, 6.7%는 ‘텃세’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정서적 고립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외로움안녕 120’과 ‘안심돌봄120’, ‘노인학대 신고전화’ 등의 다양한 지원 창구를 운영 중이다. 실제 ‘외로움안녕 120’에는 하루 평균 80~90건의 전화가 접수되고 있다.

제도적 기반도 함께 다진다. 현재 일부 자치구에서 운영 중인 ‘경로당 활성화 지원협의체’를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해, 민간 및 공공기관과 협업을 통해 우수사례 확산, 프로그램 공유, 자원 연계 등을 추진한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경로당이 단지 어르신들의 쉼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세대가 연결되는 소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경로당의 가치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유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