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자본시장이 韓경제 재도약 돌파구
이제 한 달여 뒤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이번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정부보다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을 모두 떠안고 출범하게 된다. 새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고 해결해야 할 경제·사회적 과제는 하락하는 잠재성장률 회복과 국민의 노후 생활 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와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정 공백으로 1% 이하의 경제 성장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이를 보완하지 못하는 낮은 생산성은 지속적인 잠재성장률 감소로 이어졌다. 현재 2%에 머물고 있으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계속 하락해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져버릴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준비는 매우 미흡하다. 2022년 말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향후 은퇴하는 세대 역시 노후를 대비한 적절한 경제적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근본적인 연금 개혁 없이는 적정한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은 단순한 성장률 상승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경제 이론뿐만 아니라 국내와 선진국 사례에서 경험했듯 성장에 따른 낙수 효과로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 내의 자원이 새로운 혁신 성장 산업으로 재배분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은퇴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젊은 세대가 노후 생활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새 정부는 향후 성장과 발전 여지가 큰 자본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당면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자본시장은 가장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자본시장의 발전은 경제 성장과 발전을 이끈다. 우리나라는 아직 경제와 자본시장 간에 이 같은 호혜적인 상승 작용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성장 추진력을 재점화하고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한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의 확대를 통해 기업 혁신을 지원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생산성 제고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산업 구조는 무형자산이 주를 이루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 위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획기적인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경제의 자원 배분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자본시장의 역할을 증대시켜야 한다. 벤처캐피털을 더욱 육성해 혁신기업 창업을 지원하고, 사모펀드를 활용해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민간 부문에서의 구조조정이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노후를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운용 성과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운용체제 개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를 별도의 공사로 독립시키고 기금운용위원회를 선진국과 같이 전문성을 갖춘 독립적인 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 노후 소득 마련을 위한 중요한 수단인 퇴직연금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우선 도입해야 한다.

한국 주식의 저평가는 고질적인 문제이며 저평가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낙후된 기업 지배구조라고 할 수 있다. 상법 개정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나 단순한 법 개정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국내 주식의 저평가가 해소되진 않을 것이다. 주주대표소송을 보다 활성화하고 이를 신속하게 판결 내릴 수 있도록 소송 절차 역시 개편해야 한다. 새 정부는 많은 난제를 안고 출범할 것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자본시장을 보다 전향적으로 활용해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