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역 민심=전통시장'이라는 정치 공식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 주자들은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 황금연휴에 지역 민심을 듣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수도권에서 벗어나 현장과 소통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총 24곳의 시·군을 들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대전과 충북 청주, 경북 경주와 포항 등을 찾았다.

이런 민생 행보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이 후보는 24곳 가운데 20곳에서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6일 청년 농업인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충북 보은을 찾을 땐 당초 예정에 없던 지역 장터를 찾기도 했다. 김 후보도 경북 영덕에서 산불 피해 현장을 살핀 일정과 대구 방문을 제외하면 빠짐없이 전통시장에서 시민을 만났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전통시장은 선거에서 후보들이 경쟁하듯 달려가는 ‘단골 코스’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후보의 서민적인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지역의 많은 시민이 모이기 쉬운 장소”라며 “평소보다 일정이 빠듯한 조기 대선에서 전통시장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민심을 챙기겠다는 후보들의 의도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유권자 입장에선 비슷한 장면이 되풀이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후보가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전통시장에 들른 뒤 지역사랑상품권이나 현금으로 먹거리를 사는 게 한 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인에게 문제 해결을 약속하는 후보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뻔하다는 비판에도 정치권 나름의 속사정은 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지역에선 후보나 의원이 시장에 들러 손을 맞잡는 식의 밀접한 소통이 표심에 큰 영향을 준다”며 “전통시장을 찾지 않으면 ‘서울에 살더니 사람이 변했다’는 핀잔을 들으니 방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이 후보가 4일 경북 영주의 대표 축제인 선비문화축제에 들러 유권자들과 소통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 유세가 천편일률적이라는 건 지역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라는 비판도 나온다. 광주 출신 20대 김모씨는 “몇십 년째 시장을 제외한 유세 현장이 변변치 않다는 건 정치권이 지역 개발에 무관심했다는 증거”라며 “정치권과 지역의 이해타산이 맞물려 있는 광주는 많은 사람이 활용하는 제대로 된 복합쇼핑몰마저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미국 대선을 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원과 대학, 경기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유권자를 만났다. 한국은 언제까지 지역 민심을 전통시장에서 찾으려고 할까. 개헌 등의 거대 담론에 앞서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는 게 유권자의 마음에 더 와닿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