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변화 불가피한 금융감독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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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 마켓인사이트부 차장
![[차장 칼럼] 변화 불가피한 금융감독 체계](http://img.www5s.shop/photo/202505/01.40415746.1.jpg)
민간 금융인 출신으로 외부 수혈 정책에 따라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김동원 전 고려대 교수는 2012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모든 시장 이슈에 목소리를 드높인 이복현 금감원장은 과거 어떤 수장보다 구두 개입을 많이 했다. 그러나 정작 들여다보면 금감원의 금융 범죄 예방 능력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금융범죄 못 따라가는 당국
지금도 자본시장에선 각종 탈법이 횡행하고 있다. ‘전환사채(CB) 공장’으로 변질된 상장사 주가를 끌어올려 차익을 손쉽게 챙기는 행위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여의도에는 스타트업을 상대로 중소 상장사 인수합병(M&A)을 컨설팅하는 부티크가 잇달아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회사 내부자와 회계법인을 끼고 최대주주의 약점을 잡은 다음, 스타트업에 지분을 넘기도록 하는 것이다. 유망 스타트업의 경영권 인수를 호재로 주가를 띄워 치고 빠지려는 의도다. 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 창구로서 자본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기업가들을 타락시키는 행위들이다.검찰과 경찰, 금감원의 역할은 소극적이다. 검찰 수사권을 상당 부분 넘겨받은 경찰의 일선 수사관들은 금융 범죄의 난도에 지레 겁을 먹고 피하기 일쑤다. 윤석열 정부에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수사단이 부활해 이전보다 수사 실적이 늘었다지만 금감원이 넘긴 사건 중 실제 기소에 이르는 건은 10%도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2년마다 바뀌는 순환보직의 특성상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금융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대선을 맞아 정부조직 개편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부처의 역할 배분과 맞물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논의도 따라오는 모양새다.
정부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안은 이렇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세제, 경제 정책 중 예산을 과거 기획예산처와 같은 기관으로 떼어내고 빈자리에 금융정책 기능을 채운다는 것이다. ‘모피아’가 돌아온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기재부의 국제 금융, 금융위의 국내 금융으로 나뉜 금융정책을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자연스레 금융위와 금감원의 시장 정책 기능도 상당 부분 여기에 흡수되고, 사실상 감독 기능만 남게 된다.기재부 기능을 약화하겠다는 의도는 불순한 면이 있지만, 감독당국에서 정책을 떼내 넘기고 시장 감독에 전념하도록 한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대해서는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진화하는 자본시장 범죄를 겨냥해 조사 및 감독 기능을 향상하려면 조직 전반을 한번 손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건전한 시장 기능 정립은 증시 밸류업의 전제 조건이다. 지금은 거대 부처의 기능 조정에 따른 종속 변수로 이야기되고 있는 금융 감독당국의 역할 재정립을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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