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까지 통제한다는데"…교황 탈락한 추기경들 표정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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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이날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선출했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이틀만이자, 네 번째 투표만에 결정됐다.
1900년대 이후 치러진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출에 걸린 기간은 평균 사흘이었으며, 닷새를 넘긴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앞서 2005년(베네딕토 16세)과 2013년(프란치스코) 콘클라베도 둘째날에 결과가 나왔다. 투표 횟수는 각각 4차례, 5차례씩 진행됐다.
콘클라베는 80세 미만 추기경 전원이 교황 후보이자 유권자가 돼 3분의 2 이상 찬성이 나올 때까지 투표를 반복한다. 언제 일정이 마무리될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차기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 외부와 일절 접촉할 수도 없다.

콘클라베 기간 추기경들이 머무는 숙소인 교황청의 카사 산타 마르타의 식당에선 통닭, 이탈리아식 만두인 라비올리, 파이, 리가토니(굵고 짧은 튜브 모양의 파스타)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
음식 안에 '비밀 쪽지' 등을 숨기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투표 상황을 몰래 적어 외부로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추기경들이 식사 후 사용한 냅킨과 쓰레기도 검사한다고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런 위험이 덜한 스파게티, 삶은 채소, 수프, 양고기 꼬치 등이 식단으로 구성된다. 이탈리아 출신의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은 이런 음식들에 대해 "기차역에서나 먹을법한 메뉴"라며 불평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음식은 콘클라베 기간을 단축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1200년~1300년대에 교황 선출이 며칠 지연될 경우 추기경들에게 주는 식사 배급량을 줄여 빠른 교황 선출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그레고리오 10세 교황이 만든 규칙에 따르면 새 교황이 선출되지 않고 사흘이 지나면 추기경들은 하루 한 끼 식사만 배급받았다. 그러다 8일이 지나도 선출이 안 되면 추기경들에겐 빵과 물만 제공됐다. 추기경들의 배를 고프게 해 빠른 결정을 독려하는 전략인 셈이다.
콘클라베 시작 전 비밀 유지 서약을 한 추기경들은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 신문 열람 등 외부와의 소통이 전면 금지된다. 또 교황 선출과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영구적으로 비밀을 지켜야 한다.
이번 교황 선출에서 둘째날 결과가 나온 건 비교적 이른 축에 속한다.

온라인 상에선 "교황 빼고 모두 행복해보인다" "다들 고령이신데 식사가 중요하다" "이제 끝났으니 빨리 집에 가자는 표정" "막내한테 모든 걸 떠넘겼다"는 등의 재미섞인 반응을 보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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