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너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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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에메랄드가 있다면 동양엔 옥(玉)이 있다. ‘군자는 반드시 옥을 찬다(君子必佩玉)’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옥은 오랜 세월 순결과 온유, 고귀함의 상징으로 사랑 받았다. 완전무결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완벽(完璧·흠 없는 옥구슬)’이란 말이 쓰이고, 진시황제가 옥을 깎아 만든 도장으로 임금의 권위를 나타낸 건 이런 이유에서다.

조선 왕실에서도 ‘궁중옥’이라 불렸던 귀한 옥이 있었다. 세종대왕 시기에 활약한 조선 최고의 음악가 박연의 ‘남양옥(南陽玉)’이다. 옥에서 어찌나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나는지 세종은 악기로 만들라는 명을 내렸고, 박연은 타악기인 편경을 제작해 소리를 냈다고 한다. 이후로도 남양옥은 왕실을 대표하는 옥으로 옥새, 어책 등을 만드는 데 쓰였다.

조선왕실의 얼이 담긴 궁중옥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재동 코너갤러리와 북촌한옥마을의 공간 가회헌에서 열리는 옥공계가 서지민 서울산업대 명예교수의 ‘푸르를녹 빛날옥’이다. 한국 장신구사, 문양사 전문가인 서 작가는 궁중옥의 대가로 불리며 ‘한국적 미학’을 후학에게 알리는 작업에 매진 해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옥비녀와 옥가락지에 매료된 서 작가는 사학과 고대보석을 연구하며 옥 공예가로 활동해왔다. 임금의 식사를 책임지던 식의(食醫)로 박연에게 남양옥의 아름다움을 전해준 것으로 전해지는 서하의 후손이란 점도 재밌다.

전시는 서 작가가 궁중옥을 연구하며 바친 90년의 삶을 되돌아보는 전시로, 엄선한 옥도장과 노리개 등 120여 점을 선보인다. 이를 기념해 10일에는 가회헌에서 김기선, 박영필 테너가 노래하는 ‘작은 한옥 음악회’로 열릴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