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후에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쏟아졌다.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 가격이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이른바 ‘강남 쏠림’ 현상에 따른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6.0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값 상위 20% 평균(5분위)을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 6.0은 상위 20% 아파트 한 채로 하위 20% 아파트 여섯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3월 5.0이던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년1개월 만에 6.0으로 상승하는 등 아파트값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2월 전용면적 84㎡ 기준 평균 매매가는 서초구가 31억4043만원이고, 강남구는 27억634만원이었다. 반면 도봉구(6억1529만원)와 강북구(6억8257만원)는 7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달 전용 82㎡가 40억7500만원에 거래돼 처음으로 40억원을 돌파했다. 이와 달리 도봉구 방학동 ‘우성1차’는 전용 84㎡가 4억5900만원에 손바뀜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후 거래는 급감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는 4416건으로 3월(9882건)에 비해 반토막 났다.
'똘똘한 한채' 더 심화…강남은 신고가, 외곽은 거래절벽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 6배 사상 최고
서울 강남구 한강 변 압구정3구역에 속한 ‘현대2차’ 전용면적 198㎡는 지난달 말 105억원에 손바뀜하며 역대 최고가를 썼다. 지난 3월 같은 면적 거래가(90억~94억원)와 비교하면 한 달 새 10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이와 달리 노원구 ‘중계주공5단지’ 전용 76㎡는 지난달 9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최고가(11억84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3월 24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 서울 아파트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 지역 아파트값은 과거 고점보다 20~30%가량 뒷걸음질 치고 있다. 공급 부족과 공사비 인상 속에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아파트 단지 뒤로 롯데월드타워가 우뚝 솟아 있다. 한경DB
◇강남 3구·용산구 거래 40%는 신고가
13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6.0까지 치솟았다. 상위 20% 아파트 한 채로 하위 20% 아파트 여섯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올 3월 11.2에서 지난달에는 11.5까지 높아져 전국적으로 아파트값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후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40%가량은 역대 최고가에 매매가 이뤄졌다. 압구정동 ‘신현대11차’는 지난 3일 전용 171㎡가 90억2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한 달 전 같은 면적 매매가 81억원보다 9억2000만원 올랐다.
대치동에서도 신고가 행렬이 이어졌다. ‘한보미도맨션2차’ 전용 190㎡는 60억원, ‘개포우성1차’ 전용 127㎡는 50억5000만원에 최고가를 다시 썼다. 대치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는 전용 76㎡ 매물이 31억4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동 신축 대장주로 여겨지는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234㎡는 2월 165억원에 손바뀜했다. 한 달 뒤엔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3㎡가 175억원에 실거래됐다.
강남권과 달리 노도강 지역 아파트값은 2021~2022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8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2021년 최고가(12억원) 대비 72% 수준이다.
◇강남권 전세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
강남권 재건축 단지 초강세에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1억531만원까지 올라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1년 전 대비 19.8% 뛴 금액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재지정 등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동안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하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가 없는 경매를 노리는 수요자도 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전용 269㎡ 펜트하우스는 최근 130억4352만원에 낙찰됐다. 공동주택 경매 가운데 역대 최고 낙찰가다.
강남 집값이 치솟으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강남구 전세가율은 40.7%로 국민은행이 구별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4월 이후 가장 낮다. 송파구(43.1%)와 강동구(50.0%)도 조사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서초구는 45.4%로 2023년 9월(45.2%) 후 1년7개월 만의 최저치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인기 주거지로 매수가 몰리면서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서울 외곽 재건축 단지가 공사비 인상으로 사업성이 낮아 이를 개선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5분위 배율
아파트값 상위 20% 평균(5분위)을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 집값 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지수다. 예컨대 배율이 6.0이면 상위 20% 아파트 한 채로 하위 20% 아파트 여섯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