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키워드다. 사람들은 온라인에 올라온 맛집 리스트와 음식 사진에 열광하고, 직접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맛집으로 향한다.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이 맛집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버렸다지만, 세상 곳곳에서 여전히 나만 알고 싶은 ‘숨은 맛집’들이 많다. ‘숨은 맛집’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콘셉트와 스토리가 담긴 음식을 만들어라!
일본에서는 최근 미식가이자 ‘레스토랑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미토미 에몬(見冨右衛門)이 쓴 <일류 음식점의 대단한 전략(一流飲食店のすごい戦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고급 음식점부터 허름한 선술집에 이르기까지, 책에는 일본 47개 현에 있는 1만1000개 이상의 맛집 리스트가 펼쳐진다. 다채로운 음식에 담긴 풍부한 교양 지식과 음식점 경영 노하우, 성공하는 음식점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 맛집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외식업으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성공 전략도 함께 공개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음식점들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팬데믹 이후에도 인건비 폭등, 만성적인 인력 부족, 식재료 가격 상승 등 음식점 운영을 어렵게 하는 문제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가운데서도 대기 줄이 끊이지 않고 손님들로 북적이는 음식점이 있다. 저자는 손님이 끊이지 않고 번창하는 음식점들의 공통점을 찾아내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면서 음식을 체험했고, 결국 ‘잘 팔리는 가게’에는 ‘잘 팔리는 구조’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맛의 중요성은 물론이고, 음식에 스토리와 콘셉트를 담는 전략적 사고와 비즈니스 마인드를 결합할 때 일류 음식점이 탄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인 ‘노마(noma)’는 탁월한 콘셉트와 스토리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노마는 덴마크 등 북유럽의 신선한 제철 식자재로만 음식을 만든다는 철학으로 레스토랑을 경영해왔다. 저자는 자신이 그곳을 방문했을 때 “모든 요리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마치 덴마크의 숲에 와있는 것 같은 물아일체의 경험을 음식을 통해 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음식을 먹는 경험을 ‘2시간짜리 영화 감상’에 비유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요리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음식을 먹는 시간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별로 재미없다’라고 알려진 영화를 일부러 보러 갈까요? 음식을 먹는 것은 하루 세 번 반복되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손님들에게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을 보여드린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저자는 색다른 음식 경험을 창조하는 요리사 그리고 음식을 손님들에게 서비스하는 점원들 모두 ‘예술가’가 돼야 하며, 외식업은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일종의 ‘문화 산업’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식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고된 업무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라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저자는 외식업 종사자들의 심리적 만족도가 높아지면, 다양하고 풍요로운 음식 경험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음식을 즐기는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외식업계의 환경 개선과 젊고 유능한 인재 영입이 비즈니스 선순환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