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비, 굿모닝!” 침실에서 일어나 인공지능(AI) 스피커에 말을 건넨다. ‘기상 모드’가 작동하면서 조명이 켜지고 커튼도 열린다. 천장 공기청정기가 자동으로 미세먼지를 빨아들이고, 디퓨저 시스템은 내 취향에 맞춘 향으로 방을 채운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스마트 미러’가 얼굴을 인식해 전자기기 제어 모드로 바꾼다. 천장에 있는 ‘에어샤워 시스템’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신발은 ‘슈드레서’에서 제균 처리로 깔끔해진다.
AI 홈 체험하고 미술품 감상…핫플된 '건설사 갤러리'
먼 미래의 아파트 모습이 아니다. 지난 15일 방문한 대형 건설사 갤러리에서 체험한 일상이다. 삼성물산(래미안갤러리) 현대건설(디에이치갤러리) 대우건설(써밋갤러리) GS건설(자이갤러리) 포스코이앤씨(더샵갤러리) 등은 서울 강남권에 이 같은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브랜드 홍보관은 물론 각종 전시회와 교육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최신 주거 기술 체험 공간

강남구 대치동에 나란히 자리 잡은 써밋갤러리, 자이갤러리는 기술과 주거 체험관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해 말 리뉴얼한 자이갤러리는 주차장부터 전시관까지 마치 실제 아파트 단지를 다니는 것처럼 동선을 꾸며놨다. 건물 2층에 마련된 ‘하우스 자이’(주거 체험관)에는 주로 시공사 선정을 앞둔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방문한다.

안내를 맡은 도슨트가 안방에서 “하이 자이, 취침 모드”라고 말하자 조명이 단계별로 어두워지면서 자동으로 커튼이 닫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침대 위 센서를 통한 수면 분석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대우건설 써밋갤러리에서는 대형가구 체험관인 ‘노블레스관’이 인기다. 주방에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 ‘엘마’ 제품 등이 설치돼 있다. 연기를 빨아들이는 후드가 쿡톱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에 ‘다운 드래프트’ 방식으로 넣은 게 독특하다. 전시관 길목에는 전통공예 예술품 ‘지우산(紙雨傘)’ 장인 윤규상 명장과 협업한 공간이 눈길을 끈다.

◇각종 전시회·공연도 펼쳐져

세계적 건축가 나데르 테헤라니가 설계한 문정동 래미안갤러리 건물 외관(지상 5층)은 보자기로 감싼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층 로비와 연결된 ‘홈닉 체험관’에선 삼성물산이 개발한 첨단 주거 서비스를 살펴볼 수 있다.

래미안갤러리는 계절마다 테마를 잡아 다양한 전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래미안 사계전.집’이라는 전시를 시작했다. 1층 상설 체험관인 ‘마이 래미안 시티’에선 원베일리 등 삼성물산의 랜드마크 건축물에 색깔을 입히고 글자를 쓰는 미디어아트를 체험해볼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연간 방문객은 15만 명”이라며 “가족 단위 관광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자곡동 포스코이앤씨 더샵갤러리에서는 전시와 강연이 주기적으로 열린다. 지난달 초까진 배우 최민수와 작곡가 배드보스, 래퍼 아웃사이더 등의 미술 작품을 전시한 ‘3인 3색 아트테이너전’을 열었다. 이달부턴 이사라 작가의 전시회 등을 하고 있다. 더샵갤러리 건물 시공에는 포스코의 강건재(강철로 된 건설자재)가 활용됐다. 이은숙 더샵갤러리 관장은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포스코이앤씨 브랜드에 호감을 느낀다”며 “융복합 전시, 강연, 미디어 파사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임근호/이인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