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 AMD CEO, 웨이저자 TSMC 회장,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인공지능(AI) 하드웨어산업을 이끄는 이들의 공통점은 대만 출신이라는 것이다. 대만이 글로벌 AI 하드웨어 생태계를 이끌 수 있던 배경에 대만계 테크 리더들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TSMC는 엔비디아가 세계 1위 AI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서는 데 기여한 일등 공신이다.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의 첫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탁 생산한 기업이 TSMC였다. 대만 타이난 출신인 젠슨 황 CEO의 부탁을 당시 TSMC를 이끌던 모리스 창 회장이 흔쾌히 들어줬다. 생산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엔비디아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설계에 올인할 수 있었고, 그렇게 AI 가속기란 신무기를 내놨다. 이 역시 생산은 TSMC가 맡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주문이 폭주하자 TSMC의 덩치와 내실도 덩달아 커지고 단단해졌다. TSMC와 엔비디아가 주거니 받거니 서로를 키워준 셈이다.

젠슨 황 CEO의 5촌 친척인 수 CEO도 TSMC와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통해 AMD를 인텔의 대항마로 키워냈다. 3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수 CEO가 AMD를 이끈 건 2014년부터다. 수 CEO의 리더십과 인텔의 헛발질이 맞물리면서 AMD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만 네트워크’의 무대는 이제 대만을 넘어 미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입만 열면 ‘미국 투자’를 얘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TSMC가 대규모 미국 투자를 발표하자 엔비디아와 AMD가 곧바로 협력 계획을 밝혀서다. 지난 3월 웨이저자 회장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파운드리 공장에 향후 4년간 1000억달러(약 145조9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하자, 수 CEO는 “AMD의 첨단 칩을 미국 TSMC 공장에서 양산하겠다”며 힘을 보탰다. 황 CEO도 “미국에서 TSMC가 제조한 AI 반도체를 활용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류양웨이 회장이 이끄는 폭스콘도 3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AI 서버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현지에서 엔비디아와의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김채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