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공공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이 잇따르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시행에 참여해 공사비를 적정선에서 책정하고 있어서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중대형 건설사가 시공에 나서 단지 고급화도 추진한다. 공공기관이 노후 주거지 재정비 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해 주택 공급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H사업단 신월2구역 시공사로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신월7동2구역 공공재개발사업 주민대표회의는 지난 17일 총회에서 한화 건설부문과 호반건설 컨소시엄(H사업단)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토지 등 소유자 1255명 중 1214명이 H사업단을 시공사로 선택하며 큰 호응을 보였다.
신월7동2구역 공공재개발은 지난해 9월 LH를 공동사업자로 선정했다. 공공재개발 방식으로 용적률 250%를 적용해 9만8000㎡ 부지에 지하 5층~지상 최고 14층, 19개 동, 2245가구와 부대복리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H사업단은 다른 공공재개발 사업장보다 합리적인 공사비를 제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공사비는 6593억원으로 3.3㎡당 700만원 수준이다. 최근 서울 내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공사비가 3.3㎡당 800만원을 웃도는 점과 비교하면 100만원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각종 고급 특화설계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H사업단은 외관 특화 설계를 19개 주동에 모두 적용할 계획이다. 어느 방향에서 단지를 바라보더라도 특화 설계가 돋보인다는 게 사업단의 설명이다. 또 곡선미를 강조한 문설주 등이 함께 지어진다.
조경도 차별화한다. 단지 내 13곳에 주제별 조경 설계를 접목하고 수변 친화적인 단지 조경을 도입한다. 커뮤니티 공간도 5400㎡로 조성해 각종 주민편의시설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구 내부는 4베이(방 3개와 거실 전면 향 배치) 적용 가구를 늘리고 전체의 95% 가구를 남향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H사업단 관계자는 “두 건설사가 보유한 기술력과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신월7동2구역 공공재개발을 서울 서남권 최고의 랜드마크로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 참여 늘어
최근 서울 공공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선 중견 건설사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은평구 연신내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지구 사업은 3차 공모에서 금호건설과 대보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연신내역세권 주변 8247㎡ 부지에 지상 최고 46층, 392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앞서 1, 2차 공모에선 낮은 사업비를 이유로 건설사가 참여를 주저했다. LH는 3차 공모에서 사업비를 기존보다 15% 인상한 2244억원으로 책정했다. 금호건설 컨소시엄뿐 아니라 보미건설, 계룡건설, 남광토건 등이 경쟁에 나섰다. 각각 639가구, 420가구를 공급할 예정인 도봉구 쌍문역 동측과 방학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두산건설이 시공 우선협상권을 갖게 됐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가 공공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자사 주택 브랜드를 서울에 공급할 수 있어서다. 수요자도 합리적인 공사비에 중견 건설사의 특화 설계로 단지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에서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은 공공정비 사업지가 많아 중견 건설사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영등포구 신길2구역과 은평구 증산4구역, 도봉구 쌍문역 서측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재개발 사업은 대부분 민간이 시도했다가 좌초된 뒤 공공이 나서 주민 동의율이 높다”며 “안정적으로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어 중견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사도 수주 활동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