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李가 던진 'HMM 부산 이전'..대주주 산은-해양공사도 "검토한 적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HMM 부산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가운데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이전을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관은 HMM 보유 지분을 조속히 매각해 민영화하는 방침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HMM이 이 후보의 발언 이후 '정치 테마주'화 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등 이전 공약이 지분 매각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의원에게 제출한 설명 자료에 따르면 두 기관 모두 HMM의 이전은 회사 자체 판단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검토한 적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현재 HMM의 지분은 산은이 36%, 해양진흥공사가 35.7%를 보유 중이다.

산업은행은 답변 자료에서 "HMM 본사 이전은 HMM 경영에 관한 사안"이라며 "은행은 검토한 바 없다"고 했고, 해양진흥공사도 "회사 본사이전은 HMM 경영과 관련한 사안으로, HMM에서 자체 판단할 예정"이라며 "공사는 이와 관련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

'HMM 이전'은 이재명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이슈가 됐다. 그는 앞서 부산 유세에서 "북극항로가 열릴 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해운회사들이 들어와야 한다"며 "HMM이 부산으로 옮겨오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민간회사이지만 정부가 지분을 가진 이상 가능성이 있다"며 "회사를 옮기는데 가장 큰 장애요인은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인데, 그 직원들이 (이전에) 동의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HMM 노조는 이전 문제를 논의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대주주들은 HMM의 지분 매각에 대해서만 고심 중이라는 입장이다. 해양공사는"HMM 민영화는 여러 유관 기관이 관련된 건으로, 언제 어떻게 매각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대한민국 대표 선사이자 국가 전략 자산인 HMM을 글로벌 선사로 거듭나도록 이끌 수 있는 관점에서 '좋은 주인 찾기'에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산은도 "HMM 지분 매각은 관계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결정할 사항으로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다만 강석훈 회장은 지속적으로 HMM 매각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HMM의 주가가 오르면, 산은의 BIS 자기 자본 비율이 떨어지는 구조기 때문이다.

산은의 답변자료에 따르면 HMM 주가가 올라 산은 BIS 비율의 15%를 넘어서면, 초과분에 대해 위험가중치 1250%가 적용되면서 BIS 비율이 더욱 내려간다. 주가가 1만8661원이 넘어서는 시점 부터 추가로 1000원이 오르면, BIS 비율이 평균 0.09%포인트 떨어진다. 산은은 국책은행이지만 현재도 다른 은행에 비해 BIS 비율이 13.9%로 낮다. 이때문에 안정적인 은행 운영을 위해서는 HMM의 조속한 매각이 필요하다는 게 산은 시각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HMM 부산 이전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 회사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 지난달 1만8000원~1만 9000원 수준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이날 현재 2만2000원대까지 올랐다. 지난 22일 정치권 일각에서 민주당이 'HMM 본사 부산 이전' 공약을 철회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민주당은 "후보가 직접 유세 현장에서 발표한 핵심 공약이다. 예정대로 추진 중"이라며 선을 그었다. HMM 주가가 정치테마주 처럼 움직이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예정했던 지분 매각까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애초에 대주주도 검토한 적 없는 민간 회사 이전을 공약으로 무리하게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한홍 의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3년 내내 발목을 잡더니, 선거가 다가오자 표를 얻기 위해 제대로 된 조율도 없이 내놓은 졸속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논리는 매우 반시장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이 후보가 HMM 본사 부산 이전 공약을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가 민주당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는 해프닝이 있었다"며 "별개로 이 후보의 HMM 본사 이전 공약을 둘러싸고 계속 논란이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허위발언을 한 데 있다"고 적었다.

그는 "최근 이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은근슬쩍 사실관계가 틀린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며 'HMM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해 직원들의 동의를 구했다고 거짓말, 법원에서 패소한 '일산대교 무료화'가 정부 반대로 철회됐다고 거짓말, 커피 재료비만 갖고서 '커피 원가가 120원'이라고 거짓말했다"고 덧붙였다.

정소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