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효과 상쇄될라…위안화 절하 움직임 차단 나선 美
입력
수정
지면A5
中 등 대미 무역흑자국에 "환율 개입하지마"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대미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내는 국가들에 대해 ‘환율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트럼프 1기 때의 뼈아픈 기억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야심 차게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관세 충격을 흡수하면서 관세 효과가 상쇄됐다. 오히려 중국 시장에서 미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미국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기도 했다.
트럼프 1기 美·中 무역전쟁 때
위안화 절하로 관세효과 못거둬
되레 미국기업 가격경쟁력 하락
"중국, 2기에도 같은 대응할 것"
작년부터 위안화 환율 고공행진
베센트 "中, 가장 불균형한 경제"
○트럼프 1기, 관세 올린 만큼 위안화 내려
게다가 미국은 과거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위안화 절하를 경험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미국은 2018년 3월 중국산 철강 알루미늄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과 관세전쟁을 시작했다. 중국은 곧바로 보복관세와 위안화 절하로 대응했다. 2018년 4월 초 달러당 약 6.3위안이던 환율은 2019년 8월 7위안을 넘어섰다.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약 11% 절하된 것이다. 사실상 관세 효과가 상쇄된 셈이다.
○작년부터 위안화 가치 떨어져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위안화 가치 절하로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9월 7.01위안을 찍은 뒤 7일 기준 7.28위안까지 올랐다. 위안화 가치가 절하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인민은행이 관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했다.베센트 장관은 강달러는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강달러 정책을 지지한다”며 “우리는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국가가 그들의 통화를 약화하고 무역을 조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 등 타깃 될 수도
미국 정부는 1년에 두 번 미국과 교역(상품 및 서비스)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정책을 평가한다. 이 결과에 따라 환율 조작국, 관찰대상국, 일반국가로 나눈다. 현재 환율 조작국으로 분류된 나라는 없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등 7개국이 관찰대상국에 들어가 있다. 무역수지 흑자 150억달러 이상, 경상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8개월 이상 GDP 2% 이상의 미 달러 순매수 가운데 세 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환율 조작국, 두 가지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미국 정부는 베트남을 예의주시 중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부이탄손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의 대베트남 무역적자는 1235억달러로 전년 대비 18.1%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