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유가 타깃은 50달러…미국 원유증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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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초부터 "시추하라" 외쳐
생산량 늘려 가격 낮추기 총력
월가·석유기업 수익성 악화 우려
정작 규제 풀어줘도 증산 어려워
산유국은 오히려 감산 나설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국제유가 하락 정책을 지지하며, 이달 초 미 의회 합동연설에서도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와 함께 미국 원유 증산을 외쳤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하락세를 보이면서 트럼프 주장이 관철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석유 공급을 추가로 늘리기 어려워 유가 하락세는 앞으로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익성 약화를 우려한 월가 투자자와 석유기업들이 유가 하락을 막을 것”으로 내다봤다.
◇ 석유 증산 꺼리는 월가 투자자
트럼프 행정부는 올 초 집권한 뒤 국제 석유가격을 낮추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생산국기구(OPEC)에 유가를 낮춰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미국의 경제, 안보가 비정상적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이대로 가면 에너지 위기와 리더십 상실이 우려된다고 보고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으로 △에너지 탐사·생산·운송·정제·발전 능력 부족 △전력망 안전성 위협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위험이 초래됐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중앙은행(Fed) 댈러스 지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석유 기업들은 올해 말까지 배럴당 71달러, 2026년 말까지 74달러의 WTI 가격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SIS는 “지난해 미국 석유 생산의 손익분기점 비용에 대한 조사를 보면 배럴당 평균 64달러, 일부 유정의 경우 70달러”라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유가인 50달러 범위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석유 전략가인 마틴 래츠는 “트럼프 행정부가 원유 증산을 요청하는 동시에 알루미늄·철강 등 중요한 원자재 수입에 대한 관세를 발표하면서 석유업체 비용을 상승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손익분기점을 더 높이는 것이지 더 낮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 “OPEC+가 감산으로 돌아설 수도”
실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까지 향후 2년간 미국 원유 생산이 작년과 비교해 하루 52만 배럴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23년 1293만배럴로 전년 대비 8.6% 늘어난 사례도 있지만 매우 ’예외적‘이란 평가다. CSIS는 “2023년 미국 석유 생산량이 하루 100만 배럴 이상 급증한 것은 비상장 석유 시추업체들이 기업인수 대상으로서 매력을 높이기 위해 지출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라며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다만 트럼프 정부가 자국 석유 및 가스생산 기업에 새액공제를 제공하는 등 유가를 낮출 수 있는 카드는 여전히 갖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 가격이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져, 다시 시추업자들이 생산량을 줄이고 가격을 올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 등에 생산량 증대를 압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OPEC+ 국가들은 유가 하락을 원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예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럴당 100달러의 유가를 원하고 있다. OPEC+ 회원국인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석유 수출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OPEC+는 4월부터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지만 유가 하락으로 인해 증산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 주 “OPEC+는 4월 증산을 진행하되, 이후 추가 감산 등 다른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