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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이기적이지만, 인간은 상상할 수 있다

[arte] 정소연의 탐나는 책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심드렁할 때 유튜브에서 'BBC 다큐'를 검색해 본다. 영국의 대표적 내레이터인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스릴 넘치게 해설하는 영국판 <동물의 왕국>이 4K 화질로 펼쳐진다. 정지된 사진 속 날치와 꿈틀대는 바다의 수면을 몇십 미터 이상 점프하며 날아다니는 날치는 전혀 다르다. 물밑에선 만새기가 입을 쩍 벌리고 쫓아오고, 날치의 머리 위에선 새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표현력이 부족한데 그저 "살벌하다."

생명의 근원적 요소인 유전자를 '이기적'이라 부른 『이기적 유전자』가 떠오른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가 만들어 낸 기계라는 것이다. (...) 성공한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과 번식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보통 개체 행동에서도 이기성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 p.47

모든 생명은 이기적인 기계인가?

BBC 어스(Earth) 영상으로 돌아가 보자. 아프리카 초원에서 임팔라들이 뿔뿔이 흩어져 불안하게 풀을 뜯고 있다. 그 밑에 마치 해자 같은 공간에 표범이 슬슬 걸음을 옮기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고양이에 눈이 팔린 사람들은 순간 표범의 토실토실한 발바닥을 만져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즉시 화들짝 놀라게 표범은 표범다운 짓을 한다.

더 충격적인 것은 어린 임팔라 한 마리가 표범에게 끌려갈 때, 옆에 서 있는 성체 임팔라들은 미동도 없이 우두커니 쳐다보면서 먹던 풀을 계속 씹는다는 사실. 모든 무리 짓는 동물들이 포식자들을 향해 함께 공격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앙리 루소 &lt;열대 폭풍우 속의 호랑이(Tiger in a Tropical Storm (Surprised!))&gt;(1891) / 그림. National Gallery, 출처. 위키피디아
임팔라의 외면, 코끼리의 협력

사실 임팔라도 어느 정도는 협력적이다. 꿀벌이 춤을 춰서 외부의 위기를 알리듯이, 임팔라도 적이 나타났을 때 경고성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임팔라는 물리적으로나 행동적으로 포식자에 대항하여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제한적이다. 무리 중 한 마리가 공격을 받았을 때 협공에 나서기란 쉽지 않다. 이런 행동은 비정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연 선택의 결과로 개체의 생존과 번식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이와 달리 코끼리나 버팔로는 무리 전체가 협력하여 어린 개체를 보호하고, 포식자에게 함께 대항한다. 대부분의 경우 개체의 생존이 집단의 희생보다 우선시되지만, 사회적 유대가 강한 종들은 더 협력적인 방어 행동을 보인다.
프란츠 마르크 &lt;Large Blue Horses&gt;(1911) / 그림. Walker Art Center, 출처. 위키피디아
유전자는 이기적이지만 인간에겐 장기적 안목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제시한 '이기적 유전자' 개념은 다윈주의적 자연선택을 유전자 수준으로 설명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개체 간 협력이 불가능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해도 우리는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 실험하는 능력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377쪽) 인간 사회의 복잡한 협력 네트워크는 직접적인 혈연관계를 넘어 문화와 제도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 이는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이 반드시 충돌하지 않으며, 오히려 적절한 사회적 구조 속에서 조화를 이룰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에게 이기적 행동을 하도록 지시할지 모르나, 우리가 전 생애 동안 반드시 그 유전자에 복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전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경우보다 이타주의를 학습하는 것이 더 어려울 뿐이다.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학습되고 전승되어 온 문화에 지배된다.” - p.48

공동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고서 『이기적 유전자』를 변명의 도구로 삼을 수 있을까? “누구나 이기적인 게 아닌가”라는 말은 쉽게들 하지만, 차라리 장래에 벌어질 일을 상상하지 못한 ‘가여운 것들’이라는 게 도킨스식 관점일 것이다.

정소연 세종서적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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