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안경’, 칸 영화제 간다
입력
수정
정유미 감독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
제78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
올해 韓작품 초청은 '안경'이 유일
23일 프랑스 비평가협회에 따르면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을 통해 상영된다. 비평가주간은 감독주간과 함께 칸 영화제가 운영하는 비공식 섹션으로, 신선한 시각이나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을 소개한다.
‘안경’은 감정과 기억 등 무의식적으로 억눌렀던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15분짜리 애니메이션이다. 별다른 대사 없이 연필 드로잉만으로 이뤄진 절제된 연출이 인상적이다.
작품을 연출한 정유미 감독은 2009년 ‘먼지아이’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은 적 있는 관록 있는 작가다. 특유의 연필 드로잉과 결합한 디지털 작업이 관객에게 조용한 감정의 파동을 일으킨다는 평가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국내 작품은 경쟁·비경쟁 부문 진출에 모두 실패했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 공식 섹션 진출에 실패한 것은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 영화 위기론이 고개를 든 가운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애니메이션 장르가 비공식 섹션에 초청받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만화와 웹툰 장르의 시장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예술성을 갖춘 독립 애니메이션도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경’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애니메이션 극장용 중저예산 제작지원’을 통해 완성됐다. 이 프로그램은 단편, 중편,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과 국내외 유통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영화시장 투자 경색으로 독립·예술영화 제작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관 합작 투자를 통해 활로를 열었다는 평가다.
콘텐츠진흥원 지원을 받은 정 감독의 2022년 작 ‘서클’도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정 감독은 “콘텐츠진흥원을 포함해 많은 분의 도움과 지원이 있어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