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전기료 못버텨"…대기업, 한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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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어드밴스드·LG화학
'전기 직접 구매' 추진
산업용 전기 판매 가격
시장가격 크게 웃돌아
대기업 이탈 거세지면
가정용 요금 인상될 듯
23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SK어드밴스드와 LG화학은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직접구매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제반 절차를 밟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회원사 등록을 마쳤고, 변압기, 배전망 등 자체 망 설비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루션은 직접 구매의 유불리를 따져보며 거래소 회원 가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석유화학 대기업이 전기 직구에 나선 것은 한전의 산업용 전기 판매가가 킬로와트시(㎾h)당 약 182원으로 시장 가격을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지난 한 주간(4월 16~22일)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된 전기 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은 ㎾h당 평균 124.7원이었다. 석유화학업계는 전기료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다. 안 그래도 업황 악화에 시달리는 석유화학업계로서는 원가 절감을 위해 전기 직구에 나설 유인이 크다.
직구제는 3만㎸A 이상의 수전 설비를 갖춘 대용량 전력 사용자가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사다 쓸 수 있게 한 제도다. 2001년 전력시장 구조 개편 당시 도입했지만, 그동안 한전의 소매가격이 저렴해 이용하는 기업이 없었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큰손 고객이 빠져나가면 부채 203조원, 누적 적자 43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재무 상황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억눌러 온 정부의 가격 통제가 산업용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과 탈한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리안/김대훈/김우섭 기자 knra@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