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장례식 온 50개국 정상…물밑선 관세·종전 '조문 외교'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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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각국 정상들 치열한 외교戰
트럼프, 젤렌스키와 독대 뒤
러에 "2차 금융제재" 경고
EU 집행위원장과도 첫 만남
구체적 관세 논의는 안 나와
이르면 내주부터 '콘클라베'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세계 정상들과 조문객 25만 명이 모인 가운데 엄수됐다. 저격수와 전투기를 배치하고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등 삼엄한 경비 속에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교황의 관이 등장하자 경건하게 박수를 보냈다.
이날 50여 개국 정상도 참석해 장례식을 지켜봤다. 교황 장례식은 추모를 넘어 외교의 장으로 주목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 국제 현안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주요 정상들이 대화를 나누며 ‘조문 외교’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 미사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약 15분간 짧게 회동했다.
◇푸틴에게 ‘이례적’ 경고장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보좌관 없이 의자에 마주 앉아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장례식 전 성베드로 대성전 안에서 마주 보고 의자에 앉아 대화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과 마크롱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 4명이 만나는 사진도 공개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전 보장을 위한 비공식 협의체인 ‘의지의 연합’을 주도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상호관세 논의는 없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푸틴 대통령을 향한 가장 뚜렷한 경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 양보를 강요하는 등 러시아에 유리한 중재안으로 압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교황 장례식에서 ‘다리를 세우라’는 요구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계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이번 교황 장례식에선 최근 글로벌 시장을 크게 흔들고 있는 미국의 상호관세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컸다. EU,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브라질, 인도 등의 정상도 참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추후 회동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정상은 처음 만났다.
중국은 이번 장례 미사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1951년 대만을 정부로 인정한 바티칸과 단교한 뒤로 공식 외교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러시아에선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올가 류비모바 문화장관이 참석했다.
◇콘클라베 이르면 다음달 시작
다음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이르면 다음달 6일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황 선출에 관한 규범’에 따르면 교황이 선종한 뒤 15∼20일 사이에 콘클라베를 개시해야 한다. 필리핀의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헝가리의 페테르 에르도 추기경 등이 다음 교황으로 꼽힌다.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도 거론된다.
김주완 기자 kjwan@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