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 반값' PB가전, 뜯어보니 중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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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침투한 中 '신종 위장술'중국 가전제품이 쿠팡, 롯데하이마트, 이마트 등 국내 유통업체가 기획한 ‘자체 브랜드(PB)’로 둔갑해 중저가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강력한 한국 내 판매망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유통업체를 등에 업고 한국 시장을 차례차례 접수하고 있다. 신뢰도 보강이 필요한 중국 가전업체와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는 국내 유통업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PB를 활용한 중국의 ‘가전 공습’은 중저가 제품을 넘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장악한 프리미엄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30만원 냉장고·10만원대 TV…쿠팡·하이마트 PB로 둔갑
중국산 거부감 '우회로' 활용…중대형 가전도 잠식당해
롯데하이마트가 PB 브랜드인 ‘하이메이드’와 ‘PLUX’를 달고 내놓은 20만원대 냉장고와 10만원대 TV도 창훙, 익스프레스럭 등 중국 제품을 들여온 것이다. ‘일렉트로맨’ ‘노브랜드’ 상표로 나오는 100여 종의 이마트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전자업계에서는 중국 기업이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을 깨는 방편을 PB에서 찾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에 직진출한 대다수 중국 업체가 품질 불신과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부족한 판매 네트워크 등에 막혀 고전해서다. 2023년 11월 한국에 법인을 세운 TCL이 대표적이다. PB 제품은 사실상 중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기획·생산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생산만 중국에 맡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과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가전은 유명 유통업체 브랜드를 단 중국 기업의 독무대가 됐다”며 “연 14조원에 달하는 국내 가전시장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의명/황정수 기자 uimyung@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