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쳐진 색채로 쌓아낸 삶의 깊이와 은은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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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택 개인展 '거의 푸르른'
오는 17일까지 학고재갤러리
장승택이라는 이름 뒤에는 ‘단색화 2세대’라는 말이 종종 따라붙곤 한다. 멀리서 봤을 때 작품이 단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십 가지의 색이 담겨 있다. 특수 제작한 대형 붓으로 가지런히 색을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찰나가 쌓여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겹쳐 쌓은 색을 통해 삶의 깊이를 표현하는 게 작가의 의도다. “내 작품을 단색화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작가가 말하는 이유다.
작가는 대형 붓을 레일에 걸친 뒤 물감을 묻히고 바닥에 놓인 캔버스에 색을 칠한다. 이를 수십 번 반복하면 색색의 얇은 천을 여러 장 겹친 듯한 느낌의 ‘겹 회화’가 완성된다.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어긋남 없이 여러 색이 가지런히 겹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산이 필요한 작업이다. 색을 여러 번 겹쳤는데도 밑에 깔린 여러 색이 사라지지 않고 하나하나 은은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투명 플라스틱 위에 그렸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에 그려낸 색채들이 색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전시는 5월 1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