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노예의 시선으로 바라본 소설
흑인 참정권 운동 가족 그린 희곡
노예 해방과 북아메리카 원주민 역사책 등
인종, 흑인 역사 관련 작품 대거 수상
올해 퓰리처상 예술 부문의 핵심 테마는 '인종차별'이었다. 노예 해방운동, 참정권 운동 등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와 역사를 다룬 작품들이 예술 부문 상을 휩쓸었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2025년 퓰리처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1917년 설립된 미국 최고 보도상인 퓰리처상은 크게 저널리즘 부문과 예술 부문으로 나뉜다. 예술 부문에서는 문학, 희곡, 역사, 전기, 자서전·회고록, 시, 비문학, 음악까지 총 8개 상을 준다.
올해 예술 부문에서는 미국 인종차별 역사를 다룬 작품들이 돋보였다. 문학상은 퍼시벌 에베렛의 소설 <제임스(James)>에게 돌아갔다. 이 책은 미국의 고전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 이야기를 재해석한 소설이다. 원작 속 주인공 허클베리 핀 대신 핀과 함께 탈출하는 흑인 노예 '짐'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짐의 시선으로 당시 미국의 인종차별과 인종 우월주의를 비판하며, 자유와 가족애를 이야기한다. <제임스>는 지난해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로 제작 중이다.
희곡 부문에서는 토니상 수상 희곡작가 브랜든 제이콥스-젠킨스의 <퍼포즈(Purpose)>가 선정됐다. 흑인 참정권 운동의 주역이었던 젠킨스 가문의 부모님과 두 아들이 흑인 문화와 정치를 두고 다투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코미디 연극이다. 작품은 2024년 시카고에서 초연해 2025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뉴욕타임스가 "위선을 무자비하게 해부하는 작품, 웃느라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라고 평가하는 등 평단에서 극찬이 이어졌다. 올해 토니상에서도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역사 부문은 2개 책이 공동 수상했다. 카네기멜론대학 교수이자 역사가인 에다 힐즈-블랙이 쓴 <콤비(Combee)>는 미국 노예 해방 역사를 다룬 책이다. <콤비>는 지하터널을 만들어 흑인 노예를 탈출시킨 해방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을 조명한다. 남북전쟁 중이었던 1863년 터브먼이 북군 몽고메리 장군과 함께 이끌어 노예 756명을 구출한 콤바히 페리 습격 사건을 분석해 호평받았다.
공동 수상작은 케틀린 듀발의 <네이티브 네이션스(Native Nations)>다.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1000년 역사를 총망라한 책이다. 유럽의 탐험가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정치와 경제 체제, 그리고 유럽 이민자들과 조우하며 벌어진 사건 등 덜 알려진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역사를 다룬다.
한편 저널리즘 부문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한 보도가 15개 부문 중 4개 상을 휩쓰는 등 올해 퓰리처상에서는 미국 사회에 다시 떠오른 인종차별과 극단주의가 화두였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올해 특별상을 흑인 인권 운동가이자 기자 척 스톤에게 주며 "흑인 언론인으로서 길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인종 문제를 조명하며 다양성과 평등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선정 이유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