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무대 위로 올린 전방위 예술가 켄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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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예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제가 태어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차별 문제는 항상 심각해요. 미국은 여러모로 미쳐가고 있고, 한국은 정치적 위기가 있었고요. 나라마다 다른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지만 작품을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5월 GS아트센터서 두 작품 공연
영상·음악·연극 등의 장르 융합
'시빌'은 영상과 음악,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한 데 엮는 스타일로 유명한 켄트리지의 대표작이다. '시빌'의 전반부인 '그 순간은 이미 흩어져 버렸다'는 켄트리지가 제작한 22분 길이의 영상과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카일 셰퍼드의 연주, 남성 합창단의 아카펠라 공연으로 구성된다. 영상은 켄트리지 특유의 목탄 드로잉 기법을 통해 가혹한 현실에서도 끈질기게 일하는 광부의 모습과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중첩해 보여준다. 켄트리지는 "예술가로서 중요한 역할은 (목탄 등) 주어진 재료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라며 "창작은 정답을 주거나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이 공연은 9명 무용수와 보컬의 연기, 음악, 영상 등으로 어우러진다. '시빌을 기다리며'는 2019년 로마 오페라 극장 초연 이후 런던, 파리, 시드니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무대에 올랐다. 2023년엔 영국 공연예술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오페라 부분 최고상)을 받았다.
오케스트라 뒤로는 쇼스타코비치가 교향곡 10번을 작곡할 당시인 1950년대 소비에트 연방 시대상을 담은 영상을 상영한다. 켄트리지는 "영상엔 레닌, 스탈린, 쇼스타코비치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며 "눈도 깜빡이지 않는 제한된 움직임의 종이 인형을 통해 당시의 경직된 사회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