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품 못 띄워"…안티드론 특허 보유하고도 개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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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막힌 K드론
(1) 드론 방공망 구축 시급한데…시험장은 '그림의 떡'
국가 공인 훈련장 세 곳뿐
인가 받기 전 시험비행 필요한데
인가부터 받으라는 건 어불성설
군사훈련만 하기에도 '역부족'
업계 "사실상 개발 말라는 것"
드론전쟁 대비하는 각국
전파 교란 뚫는 자폭드론 등장
정부 "조건부 허용·법제화 추진"
◇안티드론 개발 막는 규제
규제에 묶여 안티드론 기술을 개발하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이로 인해 안티드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면 현대전의 핵심 무기로 떠오른 드론을 방어하는 방공망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정부는 2020년 공공안전 증진 등의 이유가 있을 때에 한해 안티드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파법 제29조를 개정했다.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응해 안티드론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군 훈련 및 제품 시험 등이 공공안전에 해당하는지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는 경북 의성과 경남 고성, 충북 청주에 있는 드론비행시험센터에서만 제한적으로 안티드론을 시험할 수 있게 했다. 과기정통부는 올 1월 훈련 및 정비 등의 목적으로 안티드론을 사용할 때 지정된 시험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방부에 보냈다. 인적이 드문 해안과 산지에서 안티드론을 시험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였다. 현행법상 재밍 안티드론을 무단으로 만들거나 운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센터 세 곳으론 안티드론 시험 수요를 채울 수 없다는 점이다. 장병철 한국대드론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육해공군의 각 부대가 일정을 사전에 조율해도 센터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군부대 인근에 있는 야산을 활용하게 하는 대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제품 단계의 안티드론도 정부 인가 시설에서 시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안티드론 업체 대표는 “정부 인가를 받기 전에 성능 시험을 많이 해야 하는데 제조 인가를 받아야만 시험이 가능하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안티드론 개발에서 소외된 한국
한국이 규제로 묶여 있는 사이 세계 드론·안티드론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러시아는 기존 재밍 기술을 무력화하는 ‘제어 수신 패턴 안테나’(CRPA)를 부착한 자폭드론(샤헤드-136)을 개발했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드론 방공망을 뚫고 샤헤드 드론 200여 대로 크로피우니츠키 지역을 공격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재밍 기술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 드론으로 반격했다.북한은 지난해 8월 한국군의 K-2 전차를 공격할 수 있는 자폭 드론을 처음 선보였다. 올 3월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골판지 드론’으로 추정되는 자폭 무인기로 우리 군의 K-1 전차 표적을 타격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은 벌떼 드론으로 한국군의 대공레이더시스템과 대포병 레이더를 무력화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런 북한 드론 전력을 막으려면 안티드론 관련 규제를 완화해 드론 방어망을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스라엘은 군사용으로 전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안전 인증을 받으면 민간 기업이 마음대로 안티드론을 개발할 수 있게 했다. 중국도 5㎞ 이하의 재밍 범위에 한해 민간 기업의 안티드론 기술 개발을 허용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안전이 확보된 때에 한해 안티드론 시험 훈련을 조건부로 허용하고 있다”며 “국회와 논의해 관련 현안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