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령관에 두번 세번 계엄하면 된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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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前 대통령 '내란혐의 재판'
前 수방사령관 부관 증언
尹·이진우 네 차례 통화 내용 진술
"국회 진입해 의원 끌어내라 지시"
'진술 신빙성' 尹 변호인과 공방도
尹 지상 출입구로 출석 '침묵' 일관
◇“비화폰 통화 내용 옆에서 들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내란수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내란 혐의로 재판받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전속 부관으로 근무한 오상배 대위와 박정환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 대위는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사령관의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국회 앞에 출동해 이 전 사령관과 같은 차에 부관으로 함께 대기 중이던 오 대위는 대통령의 첫 전화가 왔을 당시 군용 비화폰에 ‘대통령’이라고 떠 이 전 사령관에게 건넸다며 스피커폰은 아니었지만 윤 전 대통령 목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첫 번째 통화에서 이 전 사령관이 ‘수방사 병력이 도착했으나 모든 문이 막혀 있다. 담을 넘어 들어가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두 번째 통화에서는 병력이 국회 본관 앞까지 진입했으나 지연되는 상황을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4명이 한 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세 번째 통화에서는 “아직도 못 들어갔냐”고 질책하며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사령관이 말을 잇지 못하자 윤 전 대통령이 “어, 어” 하며 서너 차례 대답을 독촉했고, 결국 “네”라는 답을 받아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해제 이후 다시 계엄 선포하는 것을 염두에 둔 정황도 드러났다. 오 대위는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있었던 네 번째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해도 두 번, 세 번 계엄하면 된다”며 “190명이 실제 있었는지 확인도 안 되니 계속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진술이 이어지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오 대위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위현석 변호사가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지 않은 증인이 통화 내용을 더 자세히 기억하는 건 아주 이례적”이라고 지적하자 오 대위는 “가능한 일”이라고 응수했다.
◇질문 쏟아졌지만 침묵으로 일관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서관 출입구 앞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취재진 질문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 관련 사과 여부, 대선 메시지 계획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오전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드나들 때와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떠날 때까지도 윤 전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지난 2일 추가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 공판은 다음 기일로 연기됐다. 공소장이 윤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된 시점은 8일로 형사소송법상 공소장 접수 후 7일이 지나야 심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내란 우두머리 사건과 병합했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다음 기일에는 이날 곽종근 사령관의 헬기 출동 지시 경위를 증언한 박 준장에 대한 검찰 측 주신문을 이어서 진행한다. 오후에는 이상현 전 특전사 1공수여단장을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한편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14일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공식 요청했다.
황동진/박시온 기자 radhwang@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