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서비스 400만원 받아 창업…8000억 부자 됐다 '잭팟'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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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유통 강자 실리콘투를 가다
매년 사상 최대 실적 경신 김성운 대표
“해외 물류 인프라 지속 확충
K푸드·K팝 등 사업 시너지 노력
올 매출 1조·영업익 1800억 조준
호실적 지속 땐 올해 배당금 검토”
메리츠證 목표가 5만1000원 제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 9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1972년생)는 지난 23일 기자와 만나 중장기 사업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실리콘투는 한국 화장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코스닥 상장사(25일 시가총액 2조4438억원)로 올해 ‘1조 매출 클럽’에 도전하고 있다.
물류 센터 8곳 운영 … 해외 기업 3000여 곳에 화장품 수출
이 회사는 유통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K뷰티 브랜드 역직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캘리포니아, 뉴저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두바이, 폴란드, 베트남, 경기도 광주시 물류 센터(총 8개)를 활용해 세포라, 울타, 코스트코, 왓슨스 등 해외 기업 약 3000여 곳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유통 플랫폼이다. 본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231 9층에 위치했다.매년 사상 최대 실적 경신 … 삼성證 “올 영업익 2200억”
또 “글로벌 마케팅에 최적화된 콘텐츠 기획으로 다양한 중소 K뷰티 브랜드의 인지도 제고 및 성장에 기여하고, 물류 인프라 확충으로 올해 매출 1조원·영업이익 1800억원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실리콘투는 2021년부터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다. 2021년 매출 1310억원, 영업이익 88억원에서 작년 매출 6915억원, 영업이익 1376억원으로 3년 만에 각각 427.86%, 1463. 64% 증가했다. 국가별 매출 비중은 미국 22.1%, 폴란드(유럽 포함) 13.1%, 한국 6.8%, UAE 5.7%, 인도네시아 4.9% 순이다. 1분기 매출 2457억원(전년 동기 대비 63.9% 증가), 영업이익 477억원(62.1% 증가)으로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은 유력해 보인다. 삼성증권은 올해 매출 1조1060억원, 영업이익 2200억원을 전망했다.호실적이 지속될 수 있을지 묻자 “K뷰티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고 답했다. 그는 “2015년 중국 웨이브를 타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이 수혜를 입었고 2023년부터 두 번째 웨이브가 와 에이피알, 달바글로벌, 브이티 등 실적 질주를 하고 있다”며 “큰 흐름에서 물결이 잠시 잠잠해지는 시기가 오겠지만 곧바로 세 번째 웨이브가 올 것 같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인도네시아나 중국의 화장품도 나쁘지 않은데 K컬처에 대한 글로벌 호감도 상승으로 K뷰티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K뷰티 질주 이유는 한국 문화 호감도와 가성비
K뷰티 질주에 두 가지를 꼽았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김 대표는 “한국 화장품의 가격 포지션은 보통 15~25달러인데 프랑스 고가 브랜드보다 저렴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영향에서도 사실상 무풍지대라 볼 수 있다”며 K뷰티 경쟁력을 높게 봤다. 15달러 화장품에 10%의 관세를 매긴다고 해도 17달러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 화장품보다 가격도 낮고 성능도 좋은 한국산을 찾는다는 것이다.또 “새로운 해외 지사를 열면 열수록 제품, 마케팅, 유통 사업 노하우가 더해져 보완된 시스템으로 수익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란 투자는 실책 … “향후 철저한 사업 준비로 M&A”
실제 지난 3월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에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뼈아픈 실책이 됐다. 당시 실리콘투는 발란의 전환사채(CB)를 15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는데 1차 75억원 우선 투자, 나머지 75억원은 조건부 투자 방식이었다. 전략적 시너지를 위한 투자였지만 공시 후 발란이 입점사 정산 미지급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어 75억원 선 투자금액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있다.첫 인터뷰 1년 7개월 만에 … 주가 5배 뛰어
실적 우상향에 주가 또한 고공행진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3만9950원으로 올 들어 22.17% 올랐다. 기자가 K뷰티 성장성에 주목해 김 대표와 첫 번째로 인터뷰한 2023년 10월 19일 종가(7890원)와 비교하면 406.34% 폭등한 셈이다. 당시 1억원을 투자했다면 1년 7개월 만에 잔고가 약 5억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주주환원책을 묻자 “올해 실적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마무리가 된다면 배당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총 주식 수는 6117만1908주로 김 대표(지분 31.47%) 외 특수관계인 16인이 지분 47.6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외국인 5.13%로 유통 물량은 사실상 50%가 안 된다.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1499억원, 유형자산 1063억원 있다. 작년 말 부채비율 74.99%, 자본유보율 728.12%다.
현금서비스 400만원 받아 창업 … 반도체 유통→화장품 유통 질주
8000억원에 육박한 주식 부자인 그의 사회 첫발은 기륭전자였다. 디지털 셋톱박스와 디지털 라디오를 만드는 기업이었는데 2014년 상장 폐지된 뒤 지금은 폐업했다. 1999년 27세의 나이로 기륭전자 구매팀 직원으로 근무한 그는 1년 2개월의 경험을 쌓고 2001년 29세에 반도체 유통업에 도전한다. 현금 서비스 400만원을 받아 창업한 뒤 34세에 매출 500억원의 회사로 키운다. 2010년 애플 등 대형 IT 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되고 반도체 유통 설 자리가 좁아지자 2012년 화장품 유통에 승부수를 띄운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유통 회사만 수백~수천개가 있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청춘들에게 인생 조언을 부탁하자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선택의 순간이 있다면 일단 하고 후회하세요. 일단 해보고 대신 안 되면 빨리 포기하세요. 빨리 포기할 줄 아는 로스컷(손절)도 중요한 경쟁력입니다”고 답했다. 또 “게임이 너무 재미있으면 집에서 컴퓨터 게임보다 현실 인생 게임도 재미있다”며 “항상 밖으로 나와서 해보는 도전 정신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주주들에겐 “우리 회사를 믿고 투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실적으로 보답을 할 것이다”며 “올해 배당도 긍정 검토하는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럽 매출 규모가 미국을 크게 넘어서면서 글로벌 외연 확대 기대감이 커졌다”며 “유럽에서는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중앙 아시아를 지나 남반부까지 한국 화장품 수출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리콘투는 국내 최대 화장품 무역벤더로 K뷰티 글로벌 모멘텀을 당분간 그대로 흡수할 것이다”며 “2024~2027년 주당순이익 연평균 성장률 29%를 감안하면 부담없는 가격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목표주가를 5만1000원으로 상향했는데 현 주가 대비 27.66% 상승 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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