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이름' 뺀 한동훈, 하와이 간 홍준표…김문수 '고군분투'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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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열흘 남기고도 원팀 난항 겪는 국힘
김문수 이름 뺀 선거운동복 입은 한동훈
하와이 간 홍준표, '대선 지원 NO' 한덕수
"저마다 마음 콩밭에 가 있나" 한숨
한때 국민의힘 당 대표를 지낸 한동훈 전 대표는 대선을 2주 남긴 지난 21일, 부산 광안리에서 첫 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게 진짜 선거운동"이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글만 페이스북에 잇달아 올리다가, 처음 나타난 현장이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이 자리에 친한동훈계 의원들과 함께 기호 2번은 삽입됐지만, '김문수' 이름은 없는 빨간색 국민의힘 선거운동복을 입고 나왔다. 현장에서는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김 후보보다 한 전 대표 이름을 더 크게 연호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미국 하와이에 머물고 있다.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는 김 후보의 부탁은 거절하고 떠났다. 한때 이재명 후보와 손을 잡는 게 아니냐는 믿기 어렵다는 관측까지 나올 만큼, 국민의힘을 향한 강도 높은 맹비판을 이어왔다.
특사단은 지난 19~20일 홍 전 시장을 만나 "홍 전 시장이 원하는 내용과 방식, 역할을 다 수용하겠다"는 김 후보의 뜻을 전달하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선대위 합류는 무산됐다. 홍 전 시장은 특사단을 돌려보낸 뒤 "대선 끝난 후 돌아간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했다.
단일화 담판 테이블에 앉았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아예 김 후보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김 후보가 면전에서 선대위원장을 요청했을 때 "실무적으로 어떤 게 적절한지 조금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에서 "한 전 총리와 얼마 전에 같이 식사하면서 '그래도 당신이 국민의힘 입당도 했고, 섭섭한 게 많겠지만 (김 후보를)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한 전 총리가) '노(No)' 했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동훈계는 친윤계를 향해 "구태 청산"(한 전 대표), "기생충이나 하는 짓"(배현진 의원) 등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당 지도부나 친윤 성향 인사들은 "친윤이 누군지도 잘 모르겠는데, 당권을 어떻게 주나"(신동욱 수석대변인), "이재명의 트로이 목마"(나경원 의원)라고 받아쳤다.
한 전 대표가 '하와이 특사단'을 향해 "홍준표 만나러 4명이 당 돈으로 하와이 여행 갔다"고 발언한 것도 당내 갈등을 한 차례 더 세간에 노출시켰다.
대외협력본부장으로 하와이에 갔었던 김대식 의원은 "누구 하나 여행을 간 것이 아니었다. 당의 돈은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며 "말로 비판하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당이 흔들릴 때 손을 내밀고 몸을 움직여 풀어보려는 노력은 결코 쉽지 않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선대위 한 관계자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김 후보만 고군분투 격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 같다"며 "저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