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좁아진 월가 IB·빅테크…아이비리그 나와도 갈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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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명문대생도 취업난 '허덕'“2~3년 전 같으면 이미 취업했을 때인데 아직도 입사 지원서를 내고 있어요.”
MS·메타 등 대규모 구조조정
연방정부도 신규 인력 안 뽑아
"현지 한국기업에 취업 문의도"
지난 20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컬럼비아대 학생 이모씨는 올여름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지원 기업 어디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실제 아이비리그(미 동부 명문대) 졸업생이 선호하는 빅테크는 요즘 구조조정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체 인력의 3%인 7000명가량을 감원하기로 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지난 2월 전체 인력의 약 5%인 3600명을 해고했다. 이렇다 보니 빅테크나 월가 대형 투자은행을 선호하던 아이비리그 졸업생이 다른 외국계 기업까지 눈을 돌리는 일이 늘고 있다. 뉴저지에 법인을 둔 한국계 기업 직원은 “컬럼비아대, 코넬대, 프린스턴대 등 명문대 학생들이 한국 기업에 취업 문의를 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고 전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취업 문의를 한 뉴욕대 학생을 올해 3월에서야 채용했다”며 “보통 취업 문의 후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지원자들을 다른 기업에 뺏기곤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지원자가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프린스턴대에 다니는 김모씨는 월가 금융회사 취직을 위한 필수 코스인 인턴 채용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엔 3학년이 끝날 때 인턴에 들어가고, 졸업하면서 취직하는 게 코스였다”며 “최근엔 1학년 때부터 인턴십 코스에 들어가려 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채용을 줄이는 대신 괜찮은 인재를 뽑기 위해 인턴 채용 연령을 낮추는 추세다.
특히 월가 유명 회사에선 인맥에 따른 채용이 많이 이뤄지는데 인턴십을 못 구하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씨는 “1~2학년 때 인턴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은 졸업 때까지도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인력 감축도 유학생의 취업 한파를 부추기고 있다. 뉴저지주 럿거스대 학생 박모씨는 “행정학 공공정책 등을 전공한 학생들이 갈 자리가 줄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과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이쪽 일자리도 함께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버드 케네디스쿨(정책대학원) 학생도 취업하지 못해 대기하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 정모씨는 “취업이 됐는데도 취업 비자를 내줘야 할 공무원이 해고되면서 제때 비자 처리가 안 돼 자기 나라로 돌아간 학생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www5s.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