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밍런치] 주기영 "웹3 산업 이끄는 '위대한 발명가'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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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
크립토씬 '글로벌 인플루언서'
비탈릭 모교서 비트코인 접해
'온체인 데이터' 중요성 강조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대화를 나눈다.' 블루밍런치의 기본 취지입니다. 크립토 씬(Crypto Scene, 블록체인·가상자산 생태계)의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일과 삶을 전합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 크립토 씬에서 주 대표를 설명할 때는 특별한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그만큼 국내외에서 이름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주 대표의 엑스(X) 팔로워 수는 약 42만 2000명. 국내 가상자산 업계 인사 중 최대 규모다. 그의 엑스 게시글이 국내는 물론 해외 크립토 씬에서도 화제가 되는 이유다. 주 대표가 올해 3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비트코인(BTC) 강세장은 끝났다'는 엑스 게시글을 올리자 크립토 씬이 들썩였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주 대표는 1년 중 절반은 한국에서, 나머지 절반은 미국에서 지낸다. 크립토퀀트 사무실이 한국 서울과 미국 뉴욕, 양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주 대표가 서울에 머무르는 일정에 맞춰 그를 만났다.
주 대표를 만난 곳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크립토퀀트 서울 사무실 인근의 '한성삼계탕'. 1978년 문을 열어 올해로 47년째 영업 중인 노포다. 메뉴는 삼계탕과 인삼주 단 두 가지뿐. 메뉴판에서 삼계탕 전문점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식당 앞에서 만난 주 대표는 "편안한 분위기의 식당이라 이곳에서 미팅도 자주 한다"며 웃었다.
식당 안에 자리를 잡고 삼계탕 두 그릇을 주문한 뒤, 음식이 나오기 전 그에게 취미를 물었다. 주 대표는 "가급적 취미를 가지지 않으려 한다"고 답했다. 이유를 묻자 "무언가에 한 번 빠지면 깊이 파고드는 성격이라 취미를 가지면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며 "최근에는 작곡을 배우다가 주말마다 밤을 새운 적이 있어 (취미를)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빌더형 창업가'
주 대표는 자신을 "전형적인 빌더(builder)형 창업가"라고 소개했다. 빌더형 창업가는 기술이나 프로덕트를 직접 개발하며 회사를 키우는 유형의 창업가다. 실제로 그는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산업경영공학을 전공한 개발자 출신이다.주 대표는 "대학 입시 당시 자기소개서 첫 줄에 '과학기술 상용화에 기여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다'고 적었던 기억이 있다"며 "유년기부터 손으로 상상한 것을 직접 현실로 만드는 일을 즐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빌더형 창업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삼계탕이 나왔다. 맑고 진한 국물은 소금을 넣지 않아도 간이 맞았다. 뚝배기 안에 담긴 국내산 영계는 찹쌀로 가득 차 있었다. 닭다릿살은 물론 닭가슴살도 거슬리는 식감 없이 부드럽게 씹혔다. 주 대표는 식전주로 나온 인삼주 한 잔을 삼계탕에 넣고 식사를 시작했다.
주 대표에게 크립토 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캐나다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낼 때"라고 답했다. 약 8년 전인 2017년, 그는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 1년간 교환학생으로 머물며 '비트코인 백서'를 처음 접했다.
주 대표는 "당시 학교에서 열린 이더리움(ETH) 밋업(meetup) 행사에 우연히 참석했는데, 행사가 끝난 뒤 집에 돌아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백서를 읽고 전율이 흘렀다"고 회상했다. 워털루대는 이더리움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의 모교이기도 하다. 부테린은 이곳에 재학 중 비트코인을 접한 뒤 학교를 중퇴하고 이더리움을 개발했다.
"비트코인은 일종의 아나키즘"
주 대표는 "비트코인 백서를 읽고 2050년이 상상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트코인의 사상적 기반인 '사이퍼펑크(Cypherpunk)'는 일종의 아나키즘"이라며 "백서를 읽고 (사토시 나카모토가 꿈꾼) 미래가 이해되면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이퍼펑크는 1990년대 초 미국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운동으로, 암호화 기술에 기반한 탈중앙화를 추구한다. 주 대표는 "이더리움 밋업과 백서를 계기로 한국에 돌아와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일했다"며 "업계에서 일하며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애정이 점진적으로 커졌다"고 밝혔다.이후 그가 주목한 건 '온체인 데이터'다. 온체인 데이터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모든 활동·거래 등의 기록이다. 특정 가상자산의 거래량, 해시레이트, 고래(대형 투자자) 움직임 등이 대표적인 온체인 데이터다. 주 대표는 "(가상자산 산업에) 막 들어왔을 때 투자에도 재미를 붙여 트레이딩에 열중하기도 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데이터에 기반한 가상자산 투자가 흔치 않았지만 온체인 데이터의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주 대표가 2018년 온체인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를 세운 배경에는 이런 맥락이 있다. 그는 "(회사) 설립 초반인 2019년 서비스 수요를 알아보기 위해 뉴욕에서 열린 가상자산 컨퍼런스 '컨센서스'에 갔던 적이 있다"며 "당시 나스닥, 피델리티 등 세션에 연사로 나섰던 기관 관계자들이 무대에서 내려올 때 무작정 달려가 (크립토퀀트)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본격화하면 온체인 데이터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열리면 (온체인 데이터로) 사실상 전 세계 모든 재화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립토퀀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주 대표가 제안한 곳은 크립토퀀트 사무실 근처에 위치한 '로다커피'. 2층짜리 작은 건물을 쓰는 카페로, 공간이 협소해 2층에도 세 개의 테이블만 놓여 있었다. 주 대표와 2층 안쪽 자리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과 티라미수 케이크를 주문했다.
"위대한 발명가 되고 싶어"
주 대표는 커피를 몇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는 자신의 꿈에 대해 "위대한 발명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웹3 산업에서 제대로 된 발명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크립토 씬에서 큰돈을 번 사람보다 (웹3) 기술을 한 단계 진보시킨 발명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그의 미국 일상에 대해서도 물었다. 주 대표는 "쉴 때는 주로 아내와 공원을 산책하거나 해변에 가서 책을 읽는다"며 "아내도 저처럼 '워커홀릭'인 면이 있어 특별한 취미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발명가가 되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적지 않은 것 같다"며 "2~3년 뒤면 (가상자산 산업에서) 일한 지 10년이 되어서 그런지 크립토퀀트를 넘어서는 더 큰 발명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남은 커피를 마시며 잠시 여담을 나눴다. 그는 다음 달 중순 미국으로 떠나 뉴욕에서 약 3개월간 머무를 예정이라고 했다. 카페 앞에서 '출국 전에 맥주 한잔하자'는 약속을 하고 주 대표와 헤어졌다. 회사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오후 2시가 되어 있었다.
본 인터뷰는 특정 식당이나 브랜드로부터 지원이나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았으며, 상업적 의도 없이 진행됐습니다. '블루밍런치' 코너는 인터뷰이가 선호하는 단골 식당에서 격식 없는 분위기 속 자유로운 인터뷰를 담는 것을 취지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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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 블루밍비트 기자 gilso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