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가 서말이라도 꿰어야 명작… 병렬식 구성이 아쉬운 <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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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만신 : 페이퍼샤먼>
전 세계 무당들이 인류 역사의 '한' 풀어주는 굿판
발상 신선하고 무대 아름답지만
흡입력 부족하고 이야기 구조 뚝뚝 끊겨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6월 30일까지
전 세계 무당들이 인류 역사의 '한' 풀어주는 굿판
발상 신선하고 무대 아름답지만
흡입력 부족하고 이야기 구조 뚝뚝 끊겨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6월 30일까지

국립창극단의 <만신 : 페이퍼샤먼>은 전 세계의 무당들을 한 데 모은 공연이다. 신기를 갖고 태어난 주인공 '실'이 세계 각국의 샤먼(무당)들과 '한'을 풀어주기 위해 떠나는 여정. 노예로 끌려간 가나의 한 마을, 아메리카 원주민, 마지막 남은 아마존 부족 등 각 대륙에 살던 샤먼들이 아픈 역사에 고통스러워하면 실이 하나둘씩 한풀이를 해준다. 쉽게 말하면 인류를 위해 바치는 하나의 굿판이다.

다양한 지역의 문화를 그린 방식이 다채롭고 보는 재미가 있다. 화려한 전통 의상과 종이를 오려 붙여 만든 듯 만든 무대도 아름답다. 토속적인 분위기가 가미된 판소리도 매력적. 하지만 장면 사이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다. 각 대륙의 이야기가 병렬식으로 나열된다. 한 지역의 한을 풀고 막이 내리면, 바로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 또다시 한을 푸는 식이다. 장면과 그에 얽힌 이야기 간 자연스러운 전환 없이 뚝뚝 끊긴다.
인류의 역사를 우리의 소리로 한풀이한다는 발상은 재밌다. 다만 주제를 대사로 과도하게 직접 설명하는 대사가이 몰입을 헤치는 순간이 있다. "링컨이 노예제를 폐지했다", "아마존에서 00새가 2011년에 멸종했다"처럼 메시지를 관객에게 직접 전달해 극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판소리로 전 세계의 한을 풀어준다는 발상과 아름다운 무대가 반짝이는 작품. 밋밋한 이야기와 구성이 이 작품이 가진 강점을 가려 아쉽다. 공연은 6월 30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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