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신규 설비투자를 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올해 종료돼 국내 기업이 1조1000억원 넘는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정부가 작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올해 일몰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1년 더 연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무책임한 일 처리와 국회의 무관심 속에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약속만 철석같이 믿고 올해 투자를 대폭 늘렸는데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며 “더 내야 할 세금만큼 내년 투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안건(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끝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아 수많은 기업이 올해 투자 금액과 관련한 세금을 환급받지 못하게 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울산에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고 있는 에쓰오일을 비롯해 풍산, 효성중공업, 농심, 하림 등 주요 기업이 돌려받지 못하는 금액이 1조16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임투세공제 해준다더니" 뒤통수친 정부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업 규모별로 일반 투자 금액의 3%(대기업)~12%(중소기업)를 공제해주고, 직전 3년 평균 투자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10%를 추가 공제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가 연장되지 않아 환급액은 1%(대기업)~10%(중소기업)로 축소되고, 추가 공제도 3%로 줄어든다.

기업들은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기획재정부가 올초 발표한 경제정책방향과 7월 공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등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을 명시해 놓고도 정작 세법 개정안에는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가 의원 발의 법안을 놓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건은 후순위로 밀렸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약속 위반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며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김우섭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