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민 SC제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은 금융권에서도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독보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SC제일은행 리스크관리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이 부행장을 만나 금융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리스크 관리 조건에 대해 들어봤다.
[한경ESG]- 여성 리더 시대 ⑧ 이천민 SC제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변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리스크 관리가 금융의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이천민 SC제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예기치 않은 한국의 정치적 변수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은행의 시장 모멘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리스크관리그룹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SC제일은행이 SC그룹 한국 법인으로서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역시 국제적 리스크 관리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전사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리스크 관리가 단순히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발굴하고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SG 전략 부문에서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적극 지원사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행장은 “SC그룹 거버넌스 부분의 관리 체계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SC제일은행은 국내 ESG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역시 그룹의 목표와 동일하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지속가능금융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SC제일은행은 국내 글로벌 기업들이 녹색채권 발행과 지속가능금융을 통해 ESG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석탄발전 관련 여신은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행장은 30년 넘게 글로벌 금융권에서 일해왔다. 그는 1992년 홍콩상하이은행에 입사해 노무라증권, 소시에테제네랄은행, 리먼브러더스증권을 거쳤으며, SC제일은행의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만 20여 년간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한국 및 일본의 리스크관리그룹 총괄책임을 맡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리스크 관리 전문 분야에서도 20년 가까운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전 지점에서도 손에 꼽는다는 전언이다.
그는 지난 2004년 리먼브러더스증권(한국)에서 리스크관리그룹 총괄을 맡은 데 이어 이후 2008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및 은행에서 신용 리스크 관리 분야를 오랜 기간 진두지휘했다. 이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영국에서도 유럽 지역 신용 리스크를 총괄하며,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글로벌 역량을 갖춘 리더로 평가받는다.
그는 “세밀한 분석력, 포용적인 소통, 배려 깊은 리더십이 팀의 성장을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특히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리스크 관리를 포함한 거시적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그룹 내 팀 리더들에게도 명확한 목표와 우선순위를 제시하며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30년 넘게 금융권에 있었지만, 향후 3년간 어려운 경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와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행장은 “한국 기업들이 조선업,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만큼 SC제일은행은 이러한 기업을 적극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시와 거버넌스 측면에서 더 투명한 운영이 이뤄진다면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변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리스크 관리가 금융의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는 핵심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음은 이 부행장과의 일문일답.
리스크관리그룹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궁금하다.
“리스크관리그룹은 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전사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은행의 성장 모멘텀이 시장 변동성에 의해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관리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 산업의 큰 흐름을 파악하고 글로벌 은행의 한국 법인으로서 지속적인 성장 기회를 파악하고 규제 내 영업할 수 있는 확고한 틀을 제공하려고 한다.”
리스크 관리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
“2017년 SC그룹 본사에서 SC제일은행에 합류한 이후 한국 조선업이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전략적으로 지원했던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현재 조선업이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며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며 큰 자부심을 느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규제기관과 협의하며 그룹의 전략적 대응을 이끈 사례 역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실행하고 있나.
“SC그룹의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목표에 따라 ESG 리스크 관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예컨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여신 정책을 운영하며, 친환경 금융상품을 확대해왔다. 특히 국내 글로벌 기업의 해외 녹색채권 발행 시 주관사로 참여하며, 한국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영향 부문에서 SC그룹은 2019년부터 2025년 말까지 고위직 여성 비율을 35%로 확대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ESG 목표와 리스크 관리 전략 간 균형을 유지한다.”
국내외 ESG 관련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데, SC 제일은행이 ESG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대응한 구체적 사례가 있다면.
“SC그룹은 ESG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리스크 관리 체계 하에 ‘평판 및 지속가능성 리스크’로 구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SC그룹의 탄소배출 관련 사업 감축 계획에 따라 석탄발전 산업에 대한 여신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했으며, 친환경 발전사업에 대한 여신 규모도 확대해왔다. 이는 지속가능금융 조성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게 했다.”
한국 금융 시장에서 ESG 리스크 관리의 주요 과제는 무엇인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일관된 ESG 정보 공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환경(E), 사회적책임(S), 지배구조(G) 측면에서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균형 잡히고 투명한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국내 상장사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함께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은행 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잘 실행되려면 글로벌 은행 산업의 자본 대비 시가총액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 PBR은 글로벌 은행 평균 1.2배 대비 한국 시중은행의 경우 1배를 하회하고 있어 주주환원 등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리스크 관리 부서 내 조직문화를 어떻게 이끌어가고 있나.
“조직 내 소통을 강화하고, 팀 리더들에게 명확한 목표와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가 조직 성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명확히 이해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동기를 부여한다. 매년 부실자산 회수나 자본 효율화 목표를 달성하며, 리스크 관리팀의 공헌도가 그룹 내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SC제일은행 리스크관리그룹의 비전과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리스크 관리는 단순히 위험을 줄이는 것을 넘어 기회를 발굴하고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향후 SC그룹의 지속가능금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체계적으로 실행해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 환경과 ESG 기준의 강화 속에서 SC제일은행은 한국 시장에서의 역할을 확장하며,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SC그룹 본사와 긴밀하게 협력해 한국 임직원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