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정보 공시 Q&A 18회

Q.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를 투자자가 만족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지난해 5월 말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발표된 현대차증권까지 모두 79개의 기업이 밸류업 공시를 했습니다.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밸류업 공시가 100건에도 못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고, 공시 내용 자체도 미흡하거나 부적절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장 거래소에서 자본을 조달한 모든 기업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투자 설명서를 공시하며, 어느 정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지 자본비용(주주요구수익률, COE)으로 제시하고 과거 3년 또는 5년 동안 투자자(주주)가 얻은 수익률인 총주주수익률(TSR) 또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비교해 회사가 주주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일 자본비용(주주요구수익률)보다 총주주수익률(TSR 혹은 ROE)이 장기간 낮다면, 이사회 및 경영진은 그 이유를 주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대책과 전략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 이사회 및 경영진의 성과 보상이 주주가치와 일치하도록 하는 핵심성과지표(KPI)도 설정해야 합니다. 밸류업 공시의 최소 요건입니다.

현재까지 79개 기업의 밸류업 공시를 살펴보면, 많은 기업이 매우 부적절한 내용을 공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적절한 공시 사례로는 COE와 과거 주주수익률에 대한 정직한 고백이 없거나 주주수익률을 복구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장기간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 계획이 없거나 비영업용 자산 또는 저수익 사업(특히 해외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단순히 ROE를 제고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례, 과거 경영전략을 반복하는 사례는 사실상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특히 시가총액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의 1배를 넘더라도 본질가치 대비 저평가 상태라면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금융지주의 밸류업 공시는 모든 면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채권에 이자가 있고 부동산 임대차에 월세가 있듯, 주식투자에도 당연히 요구되는 수익률이 있습니다. 주식투자가 다른 점은 요구수익률을 장기간 불이행하더라도 주주는 채무 강제집행 책임을 묻지 않고 이사회 및 경영진의 교체를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자본시장은 이러한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기간 총주주수익률이 처참한 수준이어도 이사회 및 경영진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밸류업 공시는 이사회와 경영진에게 부여된 최소한의 의무 이행이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한국거래소는 부적절한 밸류업 공시를 모니터링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가이드라인을 관철해야 합니다. 거래소는 지난해 9월 말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으나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TSR이 반영되지 않아 시장의 의문을 초래했습니다. 따라서 과거 3년, 5년의 TSR을 밸류업 지수에 반영하고, 계량적 지표뿐 아니라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대안과 전략이 포함되었는지도 정성적으로 검토 및 심사해야 합니다.
김규식 피보나치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사진=본인 제공
김규식 피보나치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사진=본인 제공
김규식 피보나치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