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 이슈
고려아연, 거버넌스 논란...만신창이 경영권 분쟁 향방은
고려아연의 거버넌스 이슈가 향후 경영권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1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일부에서는 이번 이슈로 거버넌스 논란이 장기 리스크로 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30일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임시주주총회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 ‘의안 상정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특히 영풍·MBK 측이 상정 금지를 신청한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으로 1월 21일 법원은 상기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로써 영풍·MBK 측은 임시주총을 앞두고 이사회 의석 확보와 관련해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

고려아연, 거버넌스 논란...만신창이 경영권 분쟁 향방은


고려아연이 촉발한 ‘집중투표제’ 논란

고려아연이 임시주총에 상정한 안건 중 가장 핵심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건이다. 하지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으로써 관련 안건은 상정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번 안건에서 집중투표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된 배경에는 유미개발이 집중투표 청구를 한 것과 관련돼 있다. 유미개발은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이번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주주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유미개발이 집중투표 청구를 했을 당시 고려아연의 정관은 명시적으로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에 집중투표 청구가 상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것이 영풍·MBK 측의 주장이다.

최근 논란이 된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이사 후보 수만큼 의결권을 주식 1주당 부여하는 제도다. 이른바 소수 세력이 지지하는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주주는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 투표할 수 있고, 여러 명의 후보에게 분산해 투표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상법은 회사가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2인 이상 이사 선임 시 지분율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회사에 대해 집중투표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을 원하지 않는 기업은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가 80개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소속 상장사 344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총 13곳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의 3.8% 수준으로 미미하다. 즉 나머지 331곳은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지난 2024년 12월 3일 상기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주주총회소집 결의를 최초로 제출했는데, 20일 이후 12월 23일부터 정정 공시를 내면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건을 추가 상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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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놓고 기관 간 찬반 가열 모드

고려아연이 주주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해선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 내용이 찬반 양측으로 나뉜 상태다.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권고한 기관은 한국ESG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16일에는 북미 주요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이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표를 행사하고 나섰다. 이어 1월 17일에는 국민연금 수탁책임전문위원회가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수 상한을 18인으로 설정하는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서스틴베스트 측은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분석 보고서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은 소수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이후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풍·MBK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분쟁이 마무리되는 데 시간이 필요해서다. 이번 임시주총은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 간 경영권 대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양측의 지속적인 경쟁은 추가적 주주총회 소집,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경영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영풍그룹과 더 큰 긴장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양측이 주요 주주로 남아 있는 한 협력보다는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