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 한일전…日 "무역조치 발동"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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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리포트
현대제철, 반덤핑 조사 요청에
日 철강연맹 회장, 강력 반발
둘로 쪼개진 국내 철강업계
동국제강 등 반덤핑 조사 반대
"관세 부과땐 원가 부담 치솟아"
현대제철, 반덤핑 조사 요청에
日 철강연맹 회장, 강력 반발
둘로 쪼개진 국내 철강업계
동국제강 등 반덤핑 조사 반대
"관세 부과땐 원가 부담 치솟아"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이 다다시 일본철강연맹 회장(일본제철 사장)은 최근 “철강재 수입 증가로 일본 철강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어 무역조치 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철강 반덤핑 제소에 일본 철강업계 수장이 반응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과 일본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라 서로 무관세로 철강재를 수입하고 있다. 일본 철강업계 수장이 강도 높은 발언을 한 만큼 반덤핑 조사 여부가 확정되는 다음달 말까지 일본의 비판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지난해 수입한 열연강판 372만t 가운데 일본산은 194만t으로 약 52%를 차지했다. 금액으로는 약 1조7000억원어치다. 일본산 열연강판은 한국산보다 10%가량 싸다. 엔저의 영향에다 일본 내 건설, 자동차 경기가 부진한 터라 밀어내기 물량으로 한국에 싸게 수출하고 있어서다.
현대제철은 저렴한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이 저렴하게 넘어와 한국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마는 판재류의 소재로 쓰이는 열연강판 시장이 무너지면 철강산업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우려한다. 해외산 열연강판은 국내산보다 10% 이상 싸게 팔리고 있다. 유럽연합(EU), 튀르키예 정부도 같은 이유로 최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나섰다.
현대제철을 제외한 국내 철강업계에선 일본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조치를 취하하는 게 한국 철강업계에 이득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로(용광로)가 없는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은 열연강판을 사서 컬러강판과 강관 등으로 가공하는데, 절반가량을 일본 등 외국산으로 쓰고 있다. 이를 국산으로 대체하면 최대 2000억원을 더 써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철강업계는 지난해 일본에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철강재를 수출했다. 일본산 철강재는 총 6조8000억원어치 수입했다. 반덤핑 관세를 매기면 우선은 일본 기업의 피해가 더 큰 상황이다. 이 가운데 열연강판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1조7000억원 수출됐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판 규모는 9000억원어치다.
포스코는 일본 완성차업체에 대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 강판(아연도금강판 등) 판매를 늘려왔다는 점에서 일본과의 갈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포스코는 현대제철에 현대자동차·기아용 강판 물량을 뺏긴 이후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도요타 등 완성차 업계가 현지 철강사의 배짱 장사에 불만이 많은 만큼 일본 철강사의 한국산 철강재 관세 요구가 쉽게 먹힐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김형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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