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컬러강판 수출이 역대 최대인 140만t을 기록했다. 일명 ‘꽃무늬 냉장고’ 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한국산 컬러강판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컬러강판 수출량은 2023년(122만9000t)보다 16% 증가한 142만5000t으로 집계됐다. 컬러강판 수출을 시작한 1972년 이후 최대다. 5년 전인 2020년(115만2000t)과 비교하면 23.6% 넘게 수출이 늘었다.
컬러강판은 냉연강판 등에 색을 입혀 원하는 무늬와 질감을 구현해 낸 철강제품이다. 주로 건축 자재와 고가 냉장고 등 가전제품 외장재로 사용된다.
한국산 컬러강판 수출은 유럽(2020년 20만8000t→지난해 36만1000t)과 인도(2020년 8만6000t→지난해 14만t)에서 특히 늘었다. 유럽에서는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비스포크, 오브제 등 가전제품 판매가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인도에서도 화려한 색상과 무늬의 냉장고, 세탁기 등이 인기를 끌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의 수출이 증가했다.
건설 경기가 좋아진 국가에서 건물 외장재용 수요가 많아진 것도 수출을 늘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인도 건설 경기가 최근 수년 동안 호황을 누렸고 유럽에서도 파리올림픽, 유로 2024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려 한국산 컬러강판이 건축 자재용으로도 많이 팔려나갔다”고 설명했다. 중국 철강회사들도 컬러강판을 생산한다. 하지만 중국산 컬러강판은 도막 두께가 얇고 색상과 무늬를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한국산이 선호된다고 한다.
컬러강판 가격이 한국에선 t당 149만원(지난해 3분기 기준)까지 떨어진 반면 해외에선 환율 효과 등으로 t당 2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컬러강판 수출이 증가한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의 중소형 철강사들은 컬러강판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보고 생산량을 적극 늘리고 있다. 1위 기업인 동국씨엠은 지난해 11월 아주스틸(생산능력 42만t)을 인수한 뒤 라인을 증설하며 생산능력을 1.7배(75만t→127만t) 확대했다. KG스틸(43만t→73만t), 세아씨엠(22만t→30만t), DK동신(18만t→26만t) 등도 생산능력을 각각 키웠다.
해당 회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형 철강재가 난립하며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프리미엄 컬러강판이 당분간 효자 상품이 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