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가 주요 상장기업의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전담하는 수책위 구성원이 지난해 소액주주 쪽으로 기울어진 후 처음 맞는 주총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민연금 수책위는 그 어느 때보다 대주주 견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장기업은 주총을 앞두고 수책위 전문위원을 직간접적으로 만나기 위해 분주하다. 국민연금 출신을 거느린 로펌의 자문을 받는 곳도 적지 않다.

수책위는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가 추천한 상근 전문위원 3명과 각 단체를 대표하는 비상근 전문위원 3명, 전문가단체 추천 전문위원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기본적으로 전원 합의를 목표로 하지만, 의견차가 크면 과반으로 의사 결정을 내린다. 이때마다 보건복지부가 학계, 금융기관 추천을 받아 임명한 전문가단체 전문위원이 사실상 캐스팅보터 역할을 한다.

작년 5월 전문가단체 몫으로 추천된 박래수 숙명여대 교수가 임명된 이후 수책위는 소액주주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여당 후보 출마를 위해 사임한 강성진 고려대 교수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는 소액주주 이익 제고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다양한 논문을 집필한 데다 작년 말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상법 개정 관련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 교수가 임명된 이후 수책위 분위기도 달라졌다. 작년 8월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반대’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최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 대결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는 등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책위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내 기업은 국민연금기금의 지분율 1% 이상 또는 보유 비중 0.5% 이상인 경우로, 전문위원 3명이 요청하면 안건을 논의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기 주총에 안건이 많고 집중되다 보니 심도 있는 고민과 토론보다는 정치적 성향으로 의결권이 행사되는 사례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