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말러 대전’ …역동적 명연의 츠베덴, 심연을 파고든 정명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 말러 교향곡 7번
KBS교향악단, 21일 예술의전당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
서울시향, 말러 교향곡 7번
KBS교향악단, 21일 예술의전당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

먼저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교향곡 제7번’으로 말러 시리즈 행보를 이어갔다. 츠베덴 감독은 서울시향 재임 중에 말러가 남긴 교향곡 전부를 녹음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이번 공연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
말러가 빈 궁정 오페라의 감독으로 재임하며 인생의 절정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작곡한 ‘교향곡 제7번’은 흔히 그가 남긴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거론되곤 한다. 모두 다섯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첫 악장과 끝악장은 일견 너무 장황하거나 난잡해 보이고, 중간 악장들은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는 등 여러 모로 듣는 이에게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연주하기가 지극히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기까지 하다.
지휘자들 중에는 말러 교향곡 중 유독 이 곡만 회피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만큼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며 매혹적인 교향곡도 달리 없다. 관건은 지휘자와 악단이 얼마나 확고한 비전과 능란한 기량을 가지고 이 곡을 이루는 복잡다단한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요리해내느냐에 있는데, 이번 서울시향의 연주는 이런 관점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이처럼 수준 높은 공연의 1등 공신은 역시 진두지휘를 맡은 츠베덴 감독이었다. 올 봄 미국과 유럽에서 같은 곡을 지휘할 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공들여 준비해서 나왔다는 사실을 그의 태도와 동작에서 알 수 있었다. 아울러 객원악장 안톤 바라코프스키를 필두로 한 호화 객원수석진의 존재감도 돋보였다. 특히 독일 명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악장으로 이 곡 연주에 관한 한 현존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보유한 바라코프스키는 앙상블 리딩과 솔로 연주의 양면에서 ‘어나더 클래스’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평소 츠베덴의 연주에서 부족했던 여유와 안정감, 자연스러움이 이번 연주에서는 충분히 나타났던 이유의 근저에 이 출중한 객원악장의 존재, 그에 대한 지휘자와 단원들의 신뢰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정명훈의 말러 교향곡에 대한 접근법은 츠베덴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그의 신중한 시선과 노련한 손길은 연주의 외적 완성도보다는 악곡의 깊은 내면으로 향했다. 제1악장은 앙상블의 짜임새를 다잡아야 할 나사가 조금은 덜 조여진 듯 다소 느슨하게 진행되었는데, 대신 곡의 기저에 흐르는 울적한 표정과 회한의 기운이 보다 선명하게 떠올랐다. 말러가 ‘영웅의 장례식, 그의 파란 많았던 삶에 대한 회상’으로 규정한 바 있는 이 악장의 내용에 부합하는 해석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합창 피날레’가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악장에서 정명훈 특유의 ‘영적인 해석’은 절정에 달했다. 앙상블의 완성도는 아주 높은 수준이 아니었고 더러 실수도 나왔지만, 오히려 그래서 ‘부활’을 향한 열망과 의지는 더욱 절박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울러 어느덧 원숙기에 이른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해석은 근래 모기업의 지원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악단에 대한 애정과 고심, 책임감을 가감 없이 투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