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한국 고령자 주택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와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시니어 리빙’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일본과 대비된다. 중산층은 꿈도 못 꿀 최고급 시설과 창살 없는 감옥 같은 시설, 두 종류만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형편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다양하게 갖췄다.
한국보다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인구의 20%가 65세 이상으로 구성된 사회)에 들어선 일본은 2000년 ‘공적 개호(요양)보험’ 제도를 시행해 고령자 주거 기틀을 마련했다. 개호보험은 등급(경증~중증) 판정을 받은 노인이 주거 서비스 사업자에게 내야 할 비용의 70~90%를 지원하는 제도다.
일본은 한발 더 나아가 민간 기업이 시니어 주택 시장을 이끌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기존 노인복지법상 ‘유료 노인홈’에 더해 2011년 고령자 주거 안정 확보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을 도입했다. 건강할 때부터 거주하며 식사, 목욕, 가사 등 서비스를 받다가 등급 판정 후 같은 시설에서 요양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주택이다.
일본의 시니어용 주택은 종류가 다양하다.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월 10만엔 이하 개호 시설부터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월 900만엔 이상 고가 유료 노인홈까지 건강 상태와 소득 수준별로 10여 종에 이른다. 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갈 길이 멀다. 보건복지부 ‘2024년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전국 노인복지주택은 40곳에 불과했다. 5년 동안 다섯 곳 느는 데 그쳤다. 한국 노인복지주택과 가장 비슷한 일본 유료 노인홈은 1만7000여 개에 달한다.
국내 노인복지주택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일본의 유료 노인홈 비용은 평균 월 10만8000엔(약 104만원)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낮췄다”고 설명한다. 한국 노인복지주택의 월 비용은 평균 200만원을 넘는다.
류재광 일본 간다외국어대 교수는 “한국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있지만 질환자에 한정한 제도일 뿐 일반 고령자 주택 공급 확대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고령자 주거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