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침체기를 겪는 국내 애니메이션업계에서 활로를 뚫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도 있다. 국민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으로 자리 잡은 ‘뽀롱뽀롱 뽀로로’를 제작한 아이코닉스가 대표적이다. SAMG엔터테인먼트의 극장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은 2020년대 관람객 1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유일한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와 김수훈 SAMG엔터 대표는 제2의 뽀로로나 하츄핑을 내놓을 방안으로 대형 애니메이션 회사의 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네이버웹툰 같은 대형 플랫폼을 토대로 성장한 한국 웹툰 사례처럼 대형 애니메이션 회사가 주도해 민간 투자자와 중소 애니메이션 회사, 업계 종사자 등이 상생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수훈 
SAMG엔터 대표
김수훈 SAMG엔터 대표
미국의 디즈니,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 등도 이처럼 연관 산업을 뒷받침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최 대표는 “국내 애니메이션업계는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IP에 대응해 각자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규모를 키워 온 측면이 있다”며 “한국에서 글로벌 애니메이션 기업이 당장 나오긴 어려워도 우선 견실한 업체들이 산업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K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이끌려면 유럽의 애니메이션 생태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 대표는 “민간 투자가 활성화하지 않은 유럽에선 방송국 중심의 애니메이션 지원이 탄탄한 편”이라며 “문화적 공감대가 비슷한 유럽 내 다른 국가를 겨냥해 안정적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방송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광고사, 완구업체 등이 애니메이션 전 공정에 관여하는 일본의 제작위원회 체계도 벤치마킹할 만하다”며 “중소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단독으로 투자금을 유치하지 않아도 돼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신창환 
애니메이션협회장
신창환 애니메이션협회장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 중소 애니메이션업계가 협업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창환 한국애니메이션제작협회장은 “애니메이션 생태계가 안정화돼야 해외로 빠져나간 인력이 들어올 여지가 생긴다”며 “정부가 주도해 중소 애니메이션업체가 OTT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하는 등 최소한의 일감을 제공해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