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뒤에 유족 등이 받던 사망보험금을 본인이 살아있을 때 연금이나 요양·간병 서비스로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이 같은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즉시 유동화가 가능한 종신(생명)보험 계약은 34만 건(11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망보험금, 살아있을 때 연금처럼 받는다

◇ 65세부터 전환 가능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7차 보험개혁회의를 열어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을 확정했다. 사후 소득인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쓸 수 있도록 해 노후생활을 지원하는 게 제도의 취지다.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남기는 것보다 간병비나 생활비가 급한 소비자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이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부터 만 65세 이상인 금리확정형 종신보험 계약자는 사망보험금의 최대 90%를 매달 연금으로 지급받거나 요양·간병·주거·건강관리 등의 서비스로 받을 수 있다.

계약기간 10년, 납입기간 5년 이상의 보험료를 완납한 경우가 대상이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같아야 하며, 보험계약대출이 없어야 한다. 최종 보험금이 변동하는 변액보험이나 금리연동형 종신보험은 이번 유동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도의 목적과 거리가 먼 초고액(보험금 9억원 이상 등) 사망보험도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특약이 없는 과거에 가입한 종신보험 계약에도 제도적 특약을 일괄 부과한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가입한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은 보험계약대출이 없다면 대부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전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화가 가능한 종신보험 계약은 약 33만9000건, 11조9000억원 상당으로 추정됐다. 향후 만 65세에 도달하는 계약자와 납입 완료자가 계속 늘어 유동화 가능 계약 대상도 지속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 납입 보험료보다 많이 받아

연금으로 전환하면 월 지급 규모는 기존에 납입한 월 보험료보다 많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늦게 받을수록 수령액도 커진다.

40세부터 20년간 매달 보험료 15만1000원(총 3624만원)을 내고 사망 시 보험금 1억원을 받는 종신보험 사례의 경우, 보험금 1억원 중 7000만원을 유동화(유동화 비율 70%)해 65세부터 20년 동안 연금으로 받는다면 납입한 보험료의 121%인 월평균 18만원(총 4370만원)을 받는다. 70세부터면 20만원(총 4887만원), 75세부터면 22만원(총 5358만원)을 받는다. 사망하면 남은 3000만원을 받는다.

요양·간병·주거·건강관리 등의 서비스로 유동화할 수도 있다. 보험사 제휴 서비스 중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보험사가 유동화 금액을 제휴 요양시설에 지급하거나, 전담 간호사를 배정해 투약·식이요법 상담, 진료와 입원 수속 대행을 해줄 수도 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특약은 준비된 보험사의 상품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보험 수익자의 사전 동의, 유동화 시 수령액과 사망보험금 차이에 대한 설명, 유동화 철회권과 취소권 부여 등 가입 전 단계에서 충분한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한 뒤 특약을 적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은 소비자에게 안정적 노후 지원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보험 서비스를 통해 보험사의 역할을 강화해 보험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