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농축산업계가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를 골자로 한 한국의 각종 농산물 검역 제도가 ‘불공정 무역 관행’에 해당한다는 의견서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제출했다. 미국 정부가 국가별 검역 조치를 포함한 ‘비관세 장벽’을 명분으로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한국 정부에 압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11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검역 규정을 ‘개선이 필요한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고 지목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나서 한국의 소고기 월령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다. NCBA는 “미국은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과 관련해 가장 엄격한 기준과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며 “중국, 일본, 대만은 이미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을 인정해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견서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조치를 압박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USTR은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국가별 비관세 조치 등 불공정 무역 관행에 관한 업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USTR은 작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의 30개월 이상 제한은 ‘과도기적 조치’인데도 16년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검역 조치는 2000년대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며 촉발했다. 국내에서 ‘광우병 괴담’이 확산해 2008년 대대적인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한·미는 협상 끝에 광우병 발병 위험이 낮은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는 ‘월령 제한’을 골자로 한 협정을 맺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작년 한국의 외국산 소고기 수입량 46만t(통관 기준) 중 미국산은 22만t으로, 점유율 48%를 차지했다. 광우병 염려가 세계적으로 잦아들었고 한국이 동일한 우려가 있던 프랑스와 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을 지난해 재개한 만큼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을 없애도 과거와 같은 반발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시장 개방 압력이 세지면 국내 한우 농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미국 정부에서 정식으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재개를 요청하지 않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향후 한국에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등 다른 부문에서도 시장 개방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방미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LMO 감자 수입을 요구받았다는 한 언론 보도에 관해 산업부는 “안 장관 방미 중 미국과 LMO 감자 수입 제한 건을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김리안/이광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