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HBM용 TC본더. 한화세미텍 제공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HBM용 TC본더. 한화세미텍 제공
한화그룹 계열 반도체 장비업체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210억원 상당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본더를 공급한다. 지금까진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독점 공급했다. TC본더는 HBM용 D램을 쌓을 때 열과 압력을 가해 칩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장비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의 품질 검증(퀄 테스트)를 최종 통과하고 210억원 규모의 HBM 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발표했다. 계약금은 지난해 매출의 5.38%다. 계약 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7월1일까지다.

한화세미텍이 HBM용 TC본더를 고객사에 납품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확한 납품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7대 안팎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고객사의 강도 높은 품질 검증을 거쳐 마침내 양산에 성공하면서 한화세미텍은 HBM TC본더 시장의 첫 물꼬를 텄다. 특히 이번 성과로 한화세미텍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 공급체인’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세미텍은 2020년 TC본더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의 퀄 테스트를 받았다. 지난달 10일엔 반도체 장비 사업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사명을 한화정밀기계에서 한화세미텍으로 바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해 힘을 실었다. 9일 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장비 전시회 '세미콘코리아 2025'에선 자사 TC본더 'SFM5-Expert' 모델을 국내에 처음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사장은 "한화세미텍만의 독보적인 기술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향후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의 HBM용 TC본더 협력 관계가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세미텍은 이번 계약을 통해 제품 양산에 성공하면서 HBM TC본더 시장의 첫 물꼬를 텄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TC본더 납품사를 다변화해 한미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장비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