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식약처, 신약 임상심사 평균 128일…美 FDA의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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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늪 빠진 K바이오
(3) 신약 허가 하세월…혁신 발목 잡는 규제기관
식약처 "자료 부족땐 보완 요청
피드백으로 인해 시간 걸린 것"
제대론 된 기술 심사 위해선
美처럼 '규제 과학' 투자해야
(3) 신약 허가 하세월…혁신 발목 잡는 규제기관
식약처 "자료 부족땐 보완 요청
피드백으로 인해 시간 걸린 것"
제대론 된 기술 심사 위해선
美처럼 '규제 과학' 투자해야

◇유명무실 ‘30일 내 승인’ 기한

IND 변경에 대한 승인 역시 기한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IND 변경은 투약 일정, 임상시험 시행 기관과 환자 추가 모집 등 기존 IND 승인을 받아 진행하던 임상에서 변경 사항이 있으면 신청한다. 식약처는 16건 중 한 건을 제외하고 모두 기한을 넘겨 변경 승인을 내줬다. FDA는 한국 바이오기업이 신청한 총 15건의 IND 승인과 변경 모두 100% 30일 내 규정을 지켰다. HREC에 변경 승인을 신청한 사례는 없었다.
◇줄 잇는 자료 보완 요구에 하세월
국내 특례상장 바이오회사는 대부분 ‘계열 내 최초’ 또는 ‘계열 내 최고’ 신약을 개발 중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 약물 대비 개발 속도가 빠르거나 아무도 하지 않는 기술로 개발한 신약이어야만 기술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업계는 디지털 의료기기, 유전자가위, 세포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기술은 식약처 심사가 더 늦어진다고 토로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2년 말과 2023년 초에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면역항암제 IND를 FDA와 식약처에 각각 신청했다. IND 승인이 나오기까지 FDA는 27일, 식약처는 76일이 걸렸다.
업계는 식약처의 늑장 심사가 차세대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최첨단 기술이라도 FDA는 이미 정립된 가이드라인만 따라가면 되는 데 비해 식약처는 어떤 자료를 심사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방대한 자료를 수개월에 걸쳐 요구한다”며 “최신 기술은 업체에 규제를 알아서 마련해 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은 안전성 자료를 꼼꼼하게 심사하고 신청 자료가 부족할 때는 업체에 추가 자료를 달라고 요청한다”며 “업체가 자료 보완에 필요한 기간을 추가로 요청하면 반영해주기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 길 먼 규제과학, 한국 걸음마 단계
전문가들은 식약처가 차세대 기술 심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규제과학’에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약품 안전성·유효성·품질 등의 평가 기술을 개발하고 심사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FDA는 규제과학 관련 별도 조직인 규제과학혁신센터(CERSI)와 광범위연구기관공고(BAA)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2010년 설립한 CERSI는 대학 연구진이 신약의 안전성, 효능, 품질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와 기준, 접근 방식을 개발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등 유수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2012년부터 운영한 BAA는 바이오회사, 학술기관 등을 포함해 광범위한 외부 기관 참여를 장려한다. FDA는 2024년에만 2450만달러를 투입했다.
식약처는 2021년부터 규제과학에 예산을 배정하기 시작했다. 식약처가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규제과학 예산은 2021년 31억원, 2022년 50억원, 2023년 74억원, 2024년 191억원에 불과하다. 최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큰 역할을 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기간을 통상 10년에서 11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던 건 FDA의 규제과학의 힘”이라며 “포스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규제과학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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