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말고 자유"...사라졌던 그녀들의 재즈가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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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민예원의 그림으로 듣는 재즈
남녀노소 재즈러버를 위한 페스티벌
'Women In Swing'
남녀노소 재즈러버를 위한 페스티벌
'Women In Swing'
알고 있는 여성 재즈 뮤지션을 떠올려보자. 여성 보컬리스트 말고, 연주자는 과연 몇 명을 꼽을 수 있는가? 200여년 남짓한 길다면 긴 세월 속에, 심지어 재즈의 황금기이던 1900년대 초중반에 재즈를 만들고 들려주었던 여성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사진. © 민예원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사라졌던 여성 재즈 뮤지션들을 다시금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재즈 행사가 서울 성산동 서보미술문화공간에서 개최됐다. 바로 ‘우먼 인 스윙(Women In Swing)’ 페스티벌(이하 WIS)이다. 재즈의 매력을 다양하게 녹여내는 프로젝트 팀 'After:hourz'는 여성 재즈 뮤지션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발굴하고 재조명하여 19세기 여성들의 ‘스윙’을 지금의 21세기로 옮겨냈다.
사진제공. © The National Afro-American Museum and Cultural Center
미국 최초의 여성 재즈 빅밴드 ‘The International Sweethearts Of Rhythm’의 역사를 현대 아티스트들의 스윙댄스와 영상, 음악을 통해 재해석했다. 여성이기에, 소수인종이기에 스스로를 숨기고 사라져야만 했던 그녀들이었지만 이번 WIS에서는 그녀들의 정체성인 ‘Women’을 지우거나 뭉개지 않고 성별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하였다. 특정한 성별, 인종, 종교, 정치 등을 떠나 재즈가 가진 자유와 낭만, 그리고 연대의 가치를 다양한 예술로 확장시켜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경험으로 빚어낸 것이다.
사진. © 이진실
스윙 댄스 워크숍, 전시, 필름 상영, 퍼포먼스, 퀸텟 공연 등 복합적인 구성으로 진행된 페스티벌은, 그 의도에 걸맞게 여러 방식으로 재즈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단편적으로 그녀들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녀들의 일화, 가치관과 철학을 전시를 통해 전달하여 사라졌던 이들의 존재로서의 생동감을 더하였다. 또, 댄스 워크숍을 통해 ‘잘 추는 춤’이 아닌, ‘가장 나다운 춤’을 추는 방법을 전달하며 음악을 통해 몸으로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순간을 함께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사진. © 이진실
WIS 페스티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댄스 필름 상영 시간을 통해 더욱 벅찬 감동을 전하기도 하였다. 댄스 필름에서 16명의 스윙 댄서들은 16명의 The International Sweethearts Of Rhythm 멤버들의 악기 하나씩을 맡아 그녀들의 연주와 음악을 몸으로 표현해냈다. 무엇이 정답이랄 것도 없고, 어떤 춤이 최고라 할 것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북돋아주며 하나의 덩어리처럼 융화되는 모양을 그렸다. 과거와 현재, 너와 나, 음악과 우리. 모든 것이 분별없이 이어지고 연결되며 재즈로 하나 되는 순간을 목도 할 수 있었다.
▶ 댄스 필름 영상 전체 보기:
사진. © 민예원
고조된 분위기와 함께, 오로지 여성으로만 구성된 A:h Quintet(애프터 아워즈 퀸텟)이 무대에 올라 그 특별함을 더했다.예진 안젤라박(보컬), 곽다경(트럼펫), 하야(피아노), 황슬기(콘트라베이스), 최보미(드럼).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특별히 구성되어, 다양한 분야,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이 스윙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서로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국내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여성 연주자들간의 음악적 교류는 종래에 없던 새로움과 유연함을 전해주었다. 주고 받는 눈빛, 서로에게 부드러이 지어주는 미소,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의 진행은 더 많은 이들의 몸과마음을 흔들어냈다. 특히, 앞서 진행된 스윙 댄스 워크숍에 참여했던 이들과 더불어 많은 댄서들의 신나는 참여로, 단순히 음악을 듣기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각자의 몸짓과 춤으로 음악적 표현을 더욱이 풍요롭게 만들어내며 WIS의 커다란 그림이 더 빛나게 그려졌다.
사진. © 이진실
가끔 우리는 완벽이란 미명 하에 많은 포기를 자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완벽해야하기에 이걸 포기하고, 더 잘해야하니까 저걸 포기하고, 얘는 제쳐두고, 쟤도 빼버리고, 그러면서 많은 것들을 못 본 척 그저 흘려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 버스에서 쪽잠을 자고 검게 분장을 하고 경찰을 피해 도망을 다니면서도 음악을 사랑한다는 이유 딱 하나만으로 어렵사리 재즈를 이어왔던 그녀들. 완벽하게 백인이여야 하고, 완벽하게 남자여야만 하고, 혹은 완벽하게 음악을 잘해야한다는, 그런 모든 분별 속에서 그녀들의 순수한 사랑과 낭만은 빛 바랜 흑백 필름처럼 쓸쓸히 사라져야만 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After:hourz의 진심으로,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16명의 스윙댄서들의 열정으로, 그녀들의 음악은 새로운색채와, 형태와, 표현과, 빛을 가지고 다시금 기려졌다. 그리고 Women In Swing 페스티벌을 통해 The International Sweethearts Of Rhythm의 빛으로 다양한 이들의 얼굴에 공평한 반짝임을 내려주었다. WIS에서 만났던 형형색색의 실들은 그 색과 길이에 상관없이 얽히고 섥히며 하나의 큰 작품으로서 존재했다. 앞으로도 더많은 다양함과 서투름, 부족함들이 ‘재즈’를 통하며 가장 자유롭게 하나 되는, 더욱 ‘나'다워지는 시간을 목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 대표•작가




▶ 댄스 필름 영상 전체 보기:


하지만 After:hourz의 진심으로,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16명의 스윙댄서들의 열정으로, 그녀들의 음악은 새로운색채와, 형태와, 표현과, 빛을 가지고 다시금 기려졌다. 그리고 Women In Swing 페스티벌을 통해 The International Sweethearts Of Rhythm의 빛으로 다양한 이들의 얼굴에 공평한 반짝임을 내려주었다. WIS에서 만났던 형형색색의 실들은 그 색과 길이에 상관없이 얽히고 섥히며 하나의 큰 작품으로서 존재했다. 앞으로도 더많은 다양함과 서투름, 부족함들이 ‘재즈’를 통하며 가장 자유롭게 하나 되는, 더욱 ‘나'다워지는 시간을 목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 대표•작가
[The International Sweethearts Of Rhythm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
[The International Sweethearts Of Rhythm “Jump Children” 연주 영상]
[Women In Swing 댄스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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