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경arte필과 롯데콘서트홀서 왈츠 공연
슈트라우스 2세 탄생 200주년 기념
"반전 거듭되는 오페레타 '박쥐'도 공연"

사물놀이엔 '흥', 왈츠엔 '슈메'!
왈츠를 빼고선 19세기 음악사를 다룰 수 없다. ‘쿵짝쿵짝’ 4분의 4박자가 지금 가요의 대세라면 19세기인들에겐 뒷 박을 늘이는 ‘쿵짝 짝 쿵짝 짝’ 4분의 3박자가 주류였다. 경쾌한 왈츠 리듬에 맞춰 춤추는 건 당대 비엔나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원만히 하려면 거쳐야 할 의례였다. 당시 ‘히트곡 제조기’에 가장 가까웠던 인물이 슈트라우스 2세다. 올해는 그의 탄생 200주년이다. 묵직한 교향곡들 사이에서 그의 경음악을 찾아들어야 할 까닭이다. 이 감독은 봄날의 산뜻함이 담긴 1882년작 정통 왈츠인 ‘봄의 소리’로 25일 공연의 막을 연다.

왈츠 연주가 끝나면 보헤미아의 춤곡인 폴카가 봄기운을 이어간다. 1부의 마지막은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장식한다. 2부에선 희극 오페라타(가벼운 오페라)인 ‘박쥐’가 전부를 채운다. 이 오페라타의 곡들은 연말 가면무도회를 배경으로 두고 있어 독일어권에선 연말 음악회에 자주 들리는 노래다. 이 감독은 박쥐의 정수 부분만 1시간 분량으로 추려 선보인다. 긴 오페라 공연에 부담을 느껴왔던 이들이라면 주목할 만하다. 이 감독은 “박쥐는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복수극”라며 “재밌는 노래들이 많아 가볍게 즐기셔도 좋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한경arte필과의 협연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이 악단과 손을 맞춰 아이브스 ‘대답 없는 질문’,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 등을 연주했다. 이 감독은 “한경arte필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미래의 모습이 기대되는 악단”이라며 “젊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단원들의 적극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향의 음색은 열정 가득한 원색”
이 감독에게 올해는 인생의 전환기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월 광주시향의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지난 6년간 맡았던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 직에 이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그가 광주시향의 매력으로 꼽은 건 열정. 이 감독은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두 악단에서 각각 연주해봤는데 소리의 느낌이 굉장히 달랐다”며 “인천시향이 비단처럼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면 광주시향은 열정이 가득한 음을 낸다”고 말했다. 빨강, 파랑처럼 진하고 강렬한 원색을 내는 연주가 광주시향의 매력이란 얘기다.

내년에는 광주시향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도를 모색한다. 이 감독은 “가능하다면 대규모 구성이 필요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해보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슈트라우스 2세의 ‘관광열차 폴카’도 내년 신년음악회로 선보여 연주 중간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청중들에게) 외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20세기 작곡가들도 조명해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현대 음악 작곡가들의 곡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이 감독은 오스트리아 유학 전까지 야구선수를 꿈꿨을 정도로 스포츠에도 애착이 크다. 그는 광주시향에 있으면서 프로야구 구단인 KIA타이거즈를 열띠게 응원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정세가 어수선하거나 일상이 답답하다고 느끼실 땐 스포츠나 가볍게 들어도 좋은 공연으로 기분을 환기하시길 바란다”며 “관객분들께서 훗날 공연을 회상하실 때 ‘그때 이병욱도 잘했어, 괜찮았지’란 말을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과 광주시향의 연주를 만끽하려는 사람이라면 다음 달 1일 광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2025 교향악축제 프리뷰’ 공연을 눈여겨봐도 좋다. 드뷔시 ‘달빛’,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B단조, 프랑크 교향곡 D단조 등을 들을 수 있다.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