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부동산에 매물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최혁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 부동산에 매물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최혁 기자
작년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가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송파구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4329건 거래됐는데, 가장 거래가 많았던 7월에는 588건이 팔렸습니다. 다음으로 거래가 많은 자치구는 1년간 4213건을 기록한 노원구였습니다. 거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송파구와 마찬가지인 7월이며 1건이 더 많은 589건 거래됐습니다.

아파트 매매가 늘어나면 가격이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거래량은 가격의 선행지표로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하지만 거래량만으로 현재의 시장 상황을 알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현장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매도자(매수자)나 개업 공인중개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거래의 질’ 때문입니다.

서울 외곽에서 거래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매수자와 매도자의 특성이 주거선호지역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거선호지역의 경우 대부분이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거래가격을 매도자가 정하기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 급매가 아니라면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반면 서울 외곽은 대부분 매수자 우위 시장입니다.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 범위에서 거래가 이뤄집니다. 매수자는 매도자의 가격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으려 하고, 개업 중개사들도 매수자의 의향에 맞춰 조정해주려 합니다.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이 맞춰져야 거래가 성사되기에 주거 선호지역에 비해 가격 조정 폭이 큽니다.

거래 연령대를 살펴봐도 차이가 납니다.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서울 외곽은 아파트가 비싸지 않아 젊은 층이 많이 살 것 같지만, 큰 오산입니다. 노원구와 도봉구 그리고 강북구의 2030세대 거주비중은 서울 평균인 30%보다 아주 낮은 25%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2030세대는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부동산을 매입하는 가장 주력계층은 4050이지만, 우리는 항상 미래 주택시장을 고민해야 합니다. 10년, 20년 후 인구와 가구수가 감소할 때 어느 지역에 더 젊은 연령층이 존재하는지에 따라 주택시장이 받는 충격이 달라집니다.

매물의 양 또한 문제입니다. 3월 21일을 기준으로 한달 전과 비교해 서울에서 아파트 매물이 가장 많이 증가한 자치구는 노원구입니다. 무려 4.8%나 늘었습니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최혁 기자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최혁 기자
이와 달리 2030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성동구는 9.6% 줄었습니다. 모든 수요자의 로망인 서초구 또한 6.5% 줄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에도 주거 선호 지역은 매물을 거두는 중이고, 서울 외곽은 이때다 싶어 매물을 더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를 강남3구와 용산구까지 확대 지정하면서 대출 규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이미 은행들은 대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세대출과 유주택자 대출을 금지하는 은행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대출이 막히면 서울 외곽은 오르기 힘듭니다.

가뜩이나 거래 시장이 매수자 우위인데, 매수자들의 대출 비중까지 높기 때문입니다. 강남과 같이 비싼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대출 비중이 높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서울 외곽이 중심지에 비해 대출을 일으키는 비율도 높고 대출 규모도 큽니다.

2023년, 2024년 또다시 2025년 주택시장은 주거 선호지역만 오르고 서울 외곽은 오르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서울 외곽이 가진 특성과 함께 정부의 규제로 인해 양극화는 계속 커질 듯합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1분위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억원대에 머물렀지만, 5분위 아파트 가격은 23억6000만원을 넘었습니다. 5분위 배율이 10.94로 역대 최대를 기록 중입니다. 정부의 규제로 시장은 계속 왜곡되고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습니다. 내가 책임지고 있을 때만 괜찮으면 문제없다는 정치권으로 인해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지정 6개월 후가 더 걱정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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