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이 산다고 하면 말릴 거에요"…공인중개사도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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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일동 보류지 고개 저은 까닭은
전용 59㎡ 기준 12억6000만원…"더 나은 조건, 더 싼 매물도"
"부동산 시장 전반적 침체, 보류지도 가격 매력 높아야 팔려"
전용 59㎡ 기준 12억6000만원…"더 나은 조건, 더 싼 매물도"
"부동산 시장 전반적 침체, 보류지도 가격 매력 높아야 팔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고덕주공7단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오는 23일까지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2019년 입주) 보류지 3가구에 대한 입찰을 받고 있다.
이번에 나온 보류지는 전용면적별로 △59㎡ 2가구(706동 203호, 706동 205호) △122㎡ 1가구(715동 201호)다. 가격은 전용 59㎡의 경우 12억6000만원, 전용 122㎡는 20억5000만원이다. 2017년 분양에 나설 때 전용 59㎡의 경우 6억2200만원, 전용 122㎡는 10억200만원이었는데 8년 만에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이 단지 보류지 매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7차례나 유찰됐다. 2021년 12월 전용 59㎡ 최저 입찰가를 13억에서 12억6000만원으로, 전용 122㎡는 21억에서 20억5000만원으로 낮췄지만 팔리지 않았고, 이듬해인 2022년 1월 7차 매각에 나섰지만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단지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지금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봤을 때 보류지 가격은 매력적이지 않다"며 "일단 2가구 모두 저층인데도 불구하고 12억6000만원에 책정된 것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층 매물도 12억8000만원에 나온 것이 있다"며 "심지어 해당 매물은 집주인과 가격 협상 기회도 열려 있기 때문에 굳이 저층 매물을 12억6000만원이나 주고 살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통상 보류지 물건은 낙찰과 동시에 낙찰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야하고, 중도금과 잔금 일정도 촉박하다는 점, 세입자가 살고 있다는 점도 매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상일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보류지는 잔금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부담이 더 크다"며 "보류지로 나온 3가구 모두 세입자가 있어 입주하려면 세입자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입주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 가족이 해당 보류지 물건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면 사지 말라고 말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류지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전체 가구의 1% 이내에서 보류지를 정한다. 한때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어 '숨은 로또'로 불리기도 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있는 약 40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들 지역에선 보류지 매물에 대한 인기가 높다.
현재 매각 입찰이 진행 중인 서초구 '메이플자이' 보류지 29가구 모두 실거래가보다 높게 최저 입찰가가 정해졌다. 전용 59㎡의 최저입찰가는 35억원으로 시세(32억원)보다 높다. 전용 84㎡ 1가구의 최저 입찰가는 45억원에 달한다. 인근의 청담르엘(28가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6가구) 또한 보류지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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