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한적한 산자락에 자리한 카페 써라운드(Surround).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위에 자리한 이 공간은 이름 그대로 ‘둘러싸이는 감각’을 품고 있다. 공간 전체를 감싸안듯 설계된 아치형 벽면 구조는 외부의 자연과 어우러져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써라운드는 자연과 커피 향, 그리고 음악에 온전히 둘러싸이는 경험을 선사한다.
카페 써라운드
카페 써라운드
자연을 상영합니다

써라운드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정남향으로 나 있는 통창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프레임’이다. 높이 5.3m에 달하는 대형 통유리는 사계절의 변화와 탁 트인 풍경을 여과 없이 실내로 끌어들인다. 이곳을 찾은 손님은 문을 열고 들어와 카운터에 도달하기까지 걸음마다 마치 액자에 담긴 듯한 자연의 장면들을 차례차례 마주하게 된다. 전신주 하나 없이 깨끗하게 비워 낸 창들은 계절마다 다른 색감과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페 써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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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 않은 눈 위로 벚나무에 새순이 돋아나는 봄날이면, 이곳은 자연을 감상하는 하나의 극장이 된다. 사계절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을 듯한 차경(借景)의 절정이다. 일반적으로 음악을 듣는 공간이라면, 잔향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창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석. 하지만 써라운드의 운영자는 ‘공간은 따뜻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과감히 자연 채광과 개방감을 선택했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 듣는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자연광과 풍경, 그리고 시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하나의 감각적 요소로 살아난다.
카페 써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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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사운드

써라운드의 1층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팝과 재즈, 블루스 음악이 주로 흘러나온다.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음향이 좋은 카페로 입소문이 났다. 측면과 후면에 한 조씩 총 네 대의 포칼(FOCAL) 스피커가 구현하는 입체적인 ‘써라운드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단골 손님도 부쩍 많아졌다.
카페 써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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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깊이 있고 정제된 음향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2층의 프라이빗 사운드룸을 추천한다. ‘써라운드 집(Surround ZIP)’이라는 이름의 이 공간은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1인 2만 5000원으로 최대 6명까지 대관할 수 있다. 마치 음악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 차분하고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2시간 동안 온전히 음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프로악(PROAC D2R)’ 스피커의 우드 톤에 맞춰 인테리어 전반의 컬러를 통일감 있게 구성하고, 이중 방음으로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따뜻한 조명 아래 흐르는 클래식과 모던 팝이 듣는 이를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소리와 자연이 공존하는 작은 극장, 써라운드는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단, 폭설이 내리는 날엔 문을 닫는다.
카페 써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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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향 가득한 공간

한 폭의 그림 같은 자연을 감상하다 보면, 그 풍경을 더욱 깊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고소한 핸드드립 커피 향이 공간을 은은하게 채운다. 써라운드는 커피의 본질에도 충실하다. 드립 커피에는 ‘립 커피 로스터스’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한다. 서울 상수동에서 시작해 15년간 스페셜티 커피를 널리 알려온 빈 브라더스 원두는 다양한 커피 기반의 음료 메뉴로 변주된다. 매장에서 직접 구운 스콘과 피낭시에 등 디저트 메뉴는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맛으로 커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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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문을 연 써라운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예상치 못한 특수를 누렸다. 프랜차이즈 카페 내 취식이 제한되던 때 커피와 함께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자 했던 사람들이 도심을 벗어나 외곽의 여유로운 공간을 찾아 나서며 음악 애호가들의 아지트로 자리 잡았다.

남양주=조동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