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K엔비디아'가 나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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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 산업부 차장
![[차장 칼럼] 'K엔비디아'가 나오려면](http://img.www5s.shop/photo/202503/AA.39957867.1.jpg)
테슬라의 근무 강도는 애플보다 더 세다. 코로나19 기간, 빅테크가 재택근무에 들어갔을 때도 테슬라 주차장은 아침부터 꽉 찼다. 사무실 책상은 교실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고, 구글처럼 멋진 구내식당도 없다. 업무 긴장감도 높다. 회의 때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눈 밖에 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짐을 싸야 한다.
빡빡한 근무 문화에도 애플, 테슬라에 인재가 몰리는 건 이유가 있다. 일 안 하는 사람이 회사에 붙어 있을 가능성이 ‘0’에 가까워서다. 그러니 일을 즐기면서도 잘하는 사람들로 회사가 채워진다. 성과에 연동되는 파격적 연봉도 한몫한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보람은 덤이다.
늘어나는 삼무원과 엘무원
한국은 어떤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여럿 있지만 미국 빅테크처럼 직원들이 알아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6년 전 시작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오죽하면 ‘삼무원’(삼성전자+공무원), ‘엘무원’(LG전자+공무원)이란 얘기까지 나올까.그러다 보니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 대전환의 시대에 미국 기업은 뛰지만, 한국 기업은 걷는다. 30년 넘게 지켜온 메모리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답답한 한국 기업 경영자들은 반도체 엔지니어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요청했지만, 거대 야당의 변심에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노동조합은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에 부정적인 여론전을 펼치며 야당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사실 주 52시간 예외 적용 요청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찾아낸 임시방편일 뿐이다. ‘일하고 싶은’ ‘일해야 하는’ 분위기가 없는데 무작정 근무 시간만 늘린다고 기업 경쟁력이 향상될 리 없다. “진짜 해법은 다른 데 있다”는 목소리가 산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사장만큼 받는 개발자 나와야
첫 번째는 ‘노동 유연성 강화’다. 미국처럼 저성과자를 쉽게 솎아낼 수 있어야 우수 인력을 수혈하고 조직에 긴장감도 생긴다. 성과에 기반한 파격적인 보상 체계도 필요하다. 대다수 한국 기업은 연공 서열에 기초한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처럼 S급 엔지니어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주는 게 쉽지 않다. ‘CEO만큼 연봉 받는 개발자’는 꿈도 못 꾸니 우수 인력은 의대로 몰리고, 엔지니어의 질은 계속 떨어진다.엔비디아의 성공 요인을 심층 분석한 책 <엔비디아 레볼루션>에는 엔비디아 엔지니어들이 ‘주 80시간’ 일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젠슨 황 CEO부터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있어도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없다”며 솔선수범하니, 알아서 온몸을 ‘갈아 넣는’ 문화가 확산할 수밖에. 그 대가는 ‘확실한 보상’이다. 큰 성과를 낸 직원에겐 젠슨 황이 직접 주식 수백 주씩을 주기도 한다. ‘K엔비디아’를 구상하는 정치인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중요한 건 ‘지배구조’가 아니라 ‘스스로 일하는 문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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